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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보수와 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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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보수와 진보

입력
2001.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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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진보쪽 사람들은 여러 면에서 잘 나가고 있다. 진보쪽은 힘이 넘치고 행동도 일사불란하며, 잘 조직화되어 있다.반면 보수쪽은 힘이없고, 조직화는커녕 눈치 보기에 바쁘다. 6ㆍ25 이후 보수 일변도였던 우리 사회에서 어느새 진보가 이렇게 세력을 키웠다니, 놀랄 만한 변화다.

이렇게 된 데에는 정권의 배경 탓이 크다. 지금 정권은 표시는 안 내지만, 보수쪽보다 진보쪽에 더 친근감을 갖고 있다.

■진보성향인가보수성향인가를 구분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언론사태와 남북문제를 그 가늠자로 보면 된다.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 ‘조세정의와 언론개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 라고 생각하는 쪽은 대체로 진보 성향이고, ‘언론탄압’ 또는 ‘언론 길들이기’ 라고 생각하는쪽은 대체로 보수 성향이다. 남북문제도 마찬가지.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하는 쪽은 진보 성향, 비판하는 쪽은 보수 성향이다.

■세(勢)의 측면에서도 진보가 단연 우위다. 시민단체, 노조, 대학 운동권, 종교단체 등 진보의 목소리를 내는 곳은 많다.

막강한 영향력을행사하는 MBC KBS SBS 등 공ㆍ민영방송도 그 쪽과 가깝다. 다른 곳은 몰라도 공중파 방송이 똑같이 그런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 괴이쩍은 일이다.

반면 보수쪽은 세력이 미미하다. 대한변협 정도가 고작이다. 그나마 결의문을 통해 보수의 목소리를 냈다가, 한바탕 진통을 겪었다.

이런 맥락에서얼마 전 ‘사회원로 시민단체 인사 32인’ 의 성명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32인은 진보-보수의 한 가운데 서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언론개혁의당위를 인정하면서, 동시에 언론탄압의 의혹을 지적한 것이 그 예다.

■성명 내용 중 “진보와 보수 중 어느 한편이 부정되면 사회적 공론 형성이 불가능해져 민주주의는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된다”는 지적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진보의 목소리가 커진 게 흠잡을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 목소리가 보수를 부정하는 쪽에 집중한다면 그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지나친 비약이기는 하지만, 진보 세력이 보수의 씨를 말리려 한다고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더러는 있다.무엇이든 잘 나갈 때 조심해야 한다.사회가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면 머지않아 그 반동의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을 진보쪽 사람들은 경계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일각에선 진보쪽 사람들을 향해 사회주의 또는 민중주의 자들이 아니냐며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이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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