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에 살고 있는 이모(40·주부)씨는 지난달 아이들의 성화에 못이겨 인근 애완견센터에서 ‘슈나이저’ 강아지를 42만원에 구입했으나, 불과 하룻만에 ‘애물단지’로 변했다.아파트로 데려오자 마자 음식물을 토하고, 거실 한 구석에 쪼그려 앉아 계속 졸기만 했기 때문이다. 곧바로 구입한 애완견 센터로 강아지를 데려갔지만 “아이들이 강아지를 너무 만져 이상해진 것 같다”는 답변만 들었다.
이씨는 다른 강아지로 바꿔달라고 요구했으나 “건강해질 때까지 돌봐주겠다”는 말에 돌아서야만 했다. 그러나 애견센터에 맡긴지 한 달이 다 되도록 강아지를 찾아오지 못했다.
수원시 팔달구 영통동의 임모(30·여)씨는 더욱 황당한 경우. 그녀는 7월초 서울 충무로에서 37만원을 주고 생후 40일된 강아지를 분양받았다.
그러나 4일째부터 설사 증세를 보이며 심하게 앓아 인근 가축병원에 입원시켰으나 1주일만에 죽고 말았다. 임씨는 구입처에 변상을 요구했지만, 판매 업소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며 거부했다.
강아지를 키우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애완견 분쟁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
특히 강아지의 경우 자칫하면 병이 나거나 죽는 바람에 값비싼 돈을 들여 애완견을 구입한 소비자는 자책감을 느끼면서도 판매업소의 무책임한 태도에 분노하기 일쑤다.
문제는 현행 관계법규에는 애완견의 소비자 분쟁을 해결할 만한 근거가 미비하다는점. 그래서 애꿎은 소비자들만 골탕을 먹는다. 정당한 보상을 받기는 하늘에 별따기라고 한다.
현행 소비자 피해규정에 따르면 애완견이 판매후 24시간내에 죽을 경우 전액을 환불받을수 있으며, 7일 이내에 죽을 경우 소비자가 50%를 추가 부담하면 같은 종류의 애완견으로 교환할 수 있다. 단 질병이 발생할 때 곧바로 구입처에 알려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있다.
1주일이 지나면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
8일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올들어 애완견과 관련해 발생한 소비자 분쟁은1,387건. 이 가운데 불과 66건만 피해가 구제됐다. 지난해는 모두 1,974건이 접수돼 159건이 해결됐다.
또 경기지역에서 발생한 소비분쟁은 45건으로 지난 한해 발생한 32건을 훨씬 초과하고 있다.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은 소보원 등을 통해 보상받고 있지만 현행 관계법규에는 분쟁을 해결할 근거가 미비해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또 소비자피해규정은 분쟁이 발생할 경우, 합의·중재의기준일뿐 강제성이 없다. 판매업소가 버티면 법정으로 가지 않는 한 보상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소보원관계자는 애완견을 구입할 때 ▦적정연령이상만 선택 ▦건강진단서 및 예방접종확인서 인수 ▦소비자 피해보상규정 등을 확인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경기도 소비자보호정보 센터의 손철옥(孫喆沃·37)씨는 “관계법규 미비로 중재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며 “조속한 시일내에 애완견과 관련한 소비자 피해보상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두영기자
d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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