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피니언면에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아침을 열며'라는 외부 전문가들이 쓰는 고정칼럼이 있다.화요일은 경제를, 목요일은 정치, 사회를주로 다룬다. 필자는 대부분 학자들인데 일단 위촉되면 6개월 동안 글을 쓰게 된다.
그런데 화요일 칼럼을 맡은 경제학자들은 첫번째 원고로 교육을 다루길 좋아했다. "도대체 경제학자들은 왜 그렇게 교육을 좋아하느냐"고 물어보았다.
대답은 비슷했다. "한국에서가장 낙후된 분야라서" "발전이 있으려면 경쟁이 있어야 하는데 교육만 그렇지 않아서" "교육이 우수한 인재를배출해 주어야 경제가 사는데 " 등등 일리있는 말이었다.
그렇다고 산적한 경제현안을 두고 교육만 다룰 수도 없어서 '국내서 자녀를 교육시킨경제학자들만 교육에 대해 쓸 자격이 있다'는 제한규정을 두려고까지 했었다.
자녀를 외국에서 교육시킨다는 것은 아직도 소수만이 누리는 특권인데 자칫학자라는 이름으로, 현실을 도외시한 대안을 제시할까 걱정도 되어서였다.
지구촌 시대에 교육만 국산을 고집한다는 기준은 시대착오적인지도 모르겠다. 경제학자들이 가장 비판하는 것이 바로 국산, 그것도 공교육이라는 '상품'밖에없다는 점인데 말이다.
그런데도 그런 기준을 세워보았던 것은 교육이란 경쟁이라는 잣대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보다 심오한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조차도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지지한다고 해서 독과점을 통한 부익부 빈익빈의 가속화나 무한경쟁을 허용치 않는데 하물며 누구에게나 교육기회만은 평등하게 줌으로써 직업선택에서 불평등을보완해보자는 교육을 경쟁력만으로 평가할 수 없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문제는 평등을 지원하되 어느 정도의 경쟁원리를 도입해서 교육의 질을 높일 것인가이다. 우리 공교육은 경쟁개념을 지나치게 무시해서 평등 이전에교육 자체가 무너졌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주장이었다.
경제학자들에게는 반갑게도 교육인적자원부는 2003년부터 자립형 사립고교를 도입한다고 7일 발표했다.
전국에 30곳 정도 시범운영될 자립형 사립고교는학생선발은 물론이고 교육과목과 학교운영, 교원선발을 학교가 자율적으로 할 수 있다.
이같은 제도는 교육의 선택권을 늘리고 경쟁을 강화한다는 점에서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자립형 사립고교는 학비가 1년에 300만원이 넘는다니 서민층 자녀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교육에서 경쟁력이란 학습능력이 우수한 사람과 우수하지않은 사람을 구별하기 위한 것인데 이런 식의 제도가 가속화하면 부모의 경제능력에 따라 학력차별이 심화할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공교육이경쟁력을 가져주는 수 밖에 없다. 결국 교육투자가 관건이다.
교육부가 자립형 사립고교를 발표하던 날은 바로 과외소득 신고 마지막 날이었다.
10만 명을 웃돌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신고자는 1만명 대였다.그나마 고액과외자는 극히 드물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개인 과외교습자의 신고는, 교통법규를 어긴 사람을 누구나 신고하게한 제도처럼 볼썽 사나울 지는 몰라도 한국 실정에서는 불가피한 조치이다.
과외는 교육의 부익부 빈익빈을 가속화할 뿐 아니라 개인과외 교습자 대부분이과세 대상으로 잡히지 않아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원칙을 부정해온 불법행위였다.
과외에 세금이 부과되면 국가재정이 튼튼해져 그만큼 공교육에 투자할 여력은 커진다. 경제학자들이 칼럼을 통해 교육에 경쟁을 도입하도록 촉구한 것이 자립형 사립고교의 설립으로 이어졌다면 이제 서민들이 가질 수 있는 권리는 볼펜을들어 주변의 숨어있는 과외교습을 신고하는 일이다.
또한 정부 역시 과외 미신고 학부모에 대해 세무조사를 한다는 대책보다는 과외교습자에게서 받은세금은 일정부분을 반드시 공교육에 투자한다는 대책을 내놓으면 어떨까.
서화숙 여론독자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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