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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기자의 영화산책] 공룡이 된 국내 배급사 소규모 개봉은 어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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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기자의 영화산책] 공룡이 된 국내 배급사 소규모 개봉은 어디서?

입력
2001.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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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 신씨네 신철(43) 대표. 요즘 그는 축하인사 받기에 바쁘다. ‘엽기적인 그녀’의‘엽기적’ 흥행 대박때문이다. 개봉 13일(8월 8일) 만에 전국 200만 명 돌파, 서울에서만 하루 평균 7만여명. ‘공동경구역 JSA’ 나 ‘친구’ 도 그랬지만 남의 영화니 실감이 나지 않았었다. 어느 정도 흥행은 예상했지만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얼떨떨하다. 너무나커져 버린 배급 규모에 그저 놀라울 뿐이다.” 서울 40개, 전국 114개 상영관.

그로서는 상상이안 된다. ‘시네마서비스’라는 배급사를 타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미국직배사들의 등쌀 속에서 ‘약속’이 서울에서 10여 개 상영관을 잡았고, 두 달이나상영해 70만 명을 기록 하던 때와는 달라도 너무나 달랐다. 그런데 불과 2년 반 사이에 이렇게 변했다. “승부가무지무지하게 빠른 것에 놀랐다.”

놀라움은 두려움이기도 했다. ‘엽기적인 그녀’처럼상업성이 강하거나, 흥행에 성공하면 마음껏 극장을 확보하지만 그 반대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아무리 좋은 영화라도이제는 국내 메이저 배급사를 잡지 못하면 대규모 개봉이 불가능하고 설사 개봉했더라도 첫 날 흥행이 부진하면 단칼에 날아갈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한다.두 달 전 ‘교도소 월드컵’으로 그는 이미 경험했다.

엄청나게 세력을 불린 국내 배급사와 오직 수익만을 생각하는 멀티플렉스의 증가로한국에서 영화는 짧고 굵게 살아야 한다.

평균 수명 20일. 올 여름 그 막강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도 3주를 넘기지 못했다. 조금만 머뭇거려도끝나버려 영화를 볼 수가 없다.

한 달을 넘기며 장수하고 있는 ‘신라의 달밤’ ‘슈렉’ 은 극히 예외다. 그 사이 멀티플렉스는 한 작품을 6개관까지 상영하는 저인망식 포획으로 관객을 독점한다.

전국 최다인18개 상영관을 갖고 있는 서울 강남의 메가박스의 경우 상영작이 적을 때는 겨우 4편에 불과하다. 처음 개관하면서 “1개관은 작고 예술성 높은 영화를 위해 언제든 비워 두겠다”는 말이 부끄럽다.

실제로 금요일에 개봉했다 다음 날인 토요일에 내린 영화도 있다. 그나마 상업영화이어야만이런 일도 가능하다. 예술영화는 갈 곳이 없다.

예술영화를 사랑한다던 극장들도 백두대간이 운영하는 ‘씨네큐브’를빼고는 모두 돌아섰다. 소규모 개봉이 불가능한 영화 배급구조이다.

꾸준히 관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오래 가야 할 영화가설 땅을 잃어버렸다. 한 영화인의 말처럼 지금 한국에는 ‘상업영화의 테러’가 자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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