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 부부를 위한 과학기술의 개가인가,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한 도박인가.일부 과학자들이 인간복제 강행 방침을밝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7일 미국 국립과학원(NAS) 주최로 인간복제에 관한 세미나가 열렸다.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날 회의는 그러나찬반 양측의 현격한 입장차만 재확인한 채 성과없이 끝났다.
불임시술 전문가인 세베리노 안티노리(이탈리아),파노스 자보스(미국) 박사는 이미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힌 대로 “200명의 자원자를 대상으로 수 주일내 인간복제 실험을 시작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또 인간을 외계인의 복제물로 여기는 종교집단 ‘라엘리안’의 핵심멤버 브리지트 부아셀리에 박사는 이미 자신이 이끄는 연구팀이 인간복제의 초기 단계실험을 실시했다면서 “자세한 실험 결과를 곧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이 연구중인 복제 기법은 핵이 제거된 난자에 사람의 체세포에서 채취한 핵을이식, 수정란을 만든 후 여성의 자궁에 착상시키는 것으로, 1997년 복제양 ‘돌리’가 바로 이 방법으로 탄생했다.
복제 반대론자들은 이날 회의에서 인간복제는윤리적 문제를 떠나 기술적으로도 결함이 많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동물복제 전문가인 루돌프 제니시 박사는 “복제 동물의 정상 분만율은1~5%에 불과하며, 그나마도 신체적 결함으로 단명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안티노리 박사는 이에 대해 “자궁에착상하기 전 비정상적인 배아를 식별할 기술을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돌리’ 복제를 주도한 이안 윌무트 박사 등 대부분의 동물 복제 전문가들은“현재 기술로 비정상 배아를 가려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거친 언사까지 오가는 설전 끝에 논란은결국 윤리와 가치관의 문제로 비화하고 말았다.
돌리 탄생에 관여한 앨런 콜먼 박사는“동물 복제 기술이 점점 발전하고는 있지만 인간을 대상으로 연습을 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부와셀리에 박사는 이에 대해 “복제는인간의 기본적 권리”라면서 “복제를 원하는 사람이 있고, 기술이 있는데 누구도 이를 막을 권리가 없다”고 맞섰다. NAS는 9월중 인간복제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 상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인간복제 강행 3인
인간복제 강행 방침을 밝힌 3인의 과학자는 이미 이 문제로 여러 차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인물들이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불임클리닉을 운영하는 세베리노 안티노리(55)는 불임시술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1994년 폐경된 62세 여성에게 인공수정 시술을 해 ‘세계 최고령 출산’기록으로 화제를 모았다.
96년에는 미국의 불임시술 전문가 파노스 자보스(57)와공동으로 59세된 영국 여성에게 쌍둥이 딸을 임신, 출산시켜 윤리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두 사람은 올 3월 로마에서 열린 국제 학술대회에서 1~2년 내 복제 인간을 탄생시키겠다고 공언,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켄터키대에서 재생생리학을 가르치던 자보스는 이후 대학을 떠나 지금은 미국 남성병리학연구소, 자보스 진단의학연구소 등을 운영하고있다.
이들은 인간복제의 위험성 경고와 윤리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복제는 다른 방법으로는 아기를 가질 수없는 불임 부부들에게 마지막 희망”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뉴욕 해밀턴대 교수이자 생화학자인 브리지트 부와셀리에(45ㆍ여)는 종교집단 ‘라엘리안’의 핵심 멤버로,이 집단이 설립한 복제전문 회사 ‘클로네이드’를 이끌고 있다.
올 2월 10개월째 숨진 신도 부부의 아들 복제 계획을 공표, 논란을 일으켰다.이들의 복제 시도는 불임 부부를 돕는 차원을 넘어 복제를 ‘영생의 길’로 믿는 교리를 따른 것이어서 한층 우려를 낳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미국내에서는 인간 복제 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그는 7일 국외 모처에서 이미 복제 실험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과연 이들은 프랑켄슈타인인가,아니면 불임 부부의 구세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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