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최고의 화가 중 한 사람인안견(安堅)의 ‘고잔도장축도(古棧道長軸圖)’가 8일 서울 종로구 경운동 수운회관 501호에서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이건환 안견연구회장, 소장자이원기씨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전시회에는 세로 25.5㎝, 가로 219㎝의 ‘고장도장축도’ 원본과 인장(印章) 부분의 자외선 촬영사진, ‘몽유도원도’와의제발(題跋) 비교 사진 등이 공개됐다.
당 현종이 안록산의 난을 당해피난가는 모습을 그린 이 작품은 작년 12월 언론에 처음 공개(한국일보 2000년 12월16일자 1ㆍ17면 보도)된 이후 안휘준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교수 등이 위작이라고 주장하는 등 진위 논란이 일어왔다.
이건환 회장은 “이번 전시회는 각대학 박물관장, 고미술 전문가 등은 물론 일반에 작품을 공개해 진위 여부 검증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밝혔다.
한편 한국전각학회(회장 권창륜)는7일 긴급회장단 회의를 갖고 “1850년대 중반 발간된 일본 고미술서적 ‘고화비고(古畵備考)’에 실린 안견의 인장 ‘안씨득수(安氏得守)’와 ‘지곡(池谷)’은‘고잔도장축도’에 찍힌 인장을 그대로 본뜬 것(쌍구모작ㆍ雙鉤模作)”이라고감정했다.
이 작품이 진품이라고 주장해온허영환 성신여대 동양화과 교수(전 문화재위원)는 “이 작품에 제발을 한 이예(李芮ㆍ1419~1480)와 윤자운(尹子雲ㆍ1416~1478)의글씨는 안견의 ‘몽유도원도’에 실린 두 사람의 제발 글씨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고잔도장축도에찍힌 인장은 ‘고화비고’뿐 아니라 전각연구가 위창 오세창의 ‘근역인수(槿域印藪)’에 실린 것과도 일치한다”며 “도장의 붉은 글씨가 검게 변색된 것은 인주 성분인 은이 산화한 것인데 은이 산화하는 데에는 150년 이상이 걸리므로 결코후대에 찍은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전시장에는 손주항 한국고미술협회고문, 최경한 전 서울여대 미대학장, 정충락 전각학회 상임이사 등 200여 명이 몰려 깊은 관심을 보였다. 전시회는 10일까지 계속된다.(02)734-3831
김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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