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음달부터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라도 부실기업문제를 신속히 매듭짓겠다고 천명함에 따라 지지부진하던 부실기업 처리가 급물살을 탈 것인지 주목된다.그동안 ‘경제의 블랙홀’로 꼽혀온 대우자동차,현대투신 등 부실 대기업 처리문제는 하반기 경기 회복의 최대 걸림돌로 지적돼왔다. 이들 기업들로 야기되는 시장 불투명성이 해소되지 않으면 경기부양도 무용지물이라는 여론이다.
이에 따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7일 경제장관 간담회에서“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기업 중 옥석(玉石)을 가려 조속히 처리할 것”을 지시한데 이어 진 념(陳 稔) 부총리는 8일 “외국과의 매각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채권단이 이달 내 매듭짓도록 하고 어려울 경우 정부가 개입하겠다”고 밝혔다.
‘부실기업 처리문제는 해당 채권은행들에게 일임하겠다’던 기존 입장에서 크게달라진 강력한 의지표명이다.
현재 국내ㆍ외 매각이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추진되고있는 부실기업은 대우자동차, 현대투신, 현대유화, 서울은행, 대한생명 등이다. 또 고합, 신동방, 갑을, 새한 등 35개 중견기업들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밟고 있다.
특히 대우차 현대투신 등 해외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부실대기업은 매각협상보다는 헐값매각 시비 등 여론 향배를 의식하느라 결정이 지연되고 있는 측면이 많은데 정부가 총대를 메고서라도 매각을 성사시키겠다는 것이다.
■대우차‘헐값시비 차단’관건
가장 큰 관심은 GM과 매각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대우자동차의 향배다.
진 념 부총리는 최근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대우차문제는 오래 끈다고 이득이 있는 게 아니다”며 “욕 먹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결단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대우차 부평공장 처리를 두고 협상당사자인 채권단과 GM측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고 인수가격도 기대 이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건용(鄭健溶) 산업은행 총재는 최근 “전문기관 실사 결과 부평공장의 청산가치는 2조원이지만 존속가치는 9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경제 논리대로 하면 처리 방향은 명확하지만 우리의 정치적 현실이 경제논리만 고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 않은가”라고 말한 바 있다.
채권단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마련해놓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대우차가 독자 생존해나가기란 불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대우차 매각이 실패할 경우 국가신인도에도 영향을미치게 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대투신 처리는 비교적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정부와 AIG컨소시엄은 조만간 현대투신증권 공동출자와 현대증권 경영권 인수등과 관련된 ‘구속력 있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전망이다. 진 부총리는 “현대투신 외자유치 문제는 앞으로 일주일 내지 열흘 안에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시한 설정 ‘협상력 악영향’ 지적도
현대유화 처리 방향도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채권단은 일단 10월까지 채무재조정작업을 완료하고 매각을 병행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롯데계열인 호남석유화학이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대우전자의 경우 9월말 입찰제안서를 접수하고 10월 중 우선협상대상자 2~3개사를 선정해 매각 협상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매각대상은 주력사업부문인 영상ㆍ디지털ㆍ가전 등 15개 부문. 매각주간사인 KPMG가 입찰의향서를 받은 결과 모두 7개 기업이 인수의사를 제시했으며 미국, 일본, 프랑스의 유수 전자업체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해외 매각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기업에 대해 처리시한을 못박는 것은 협상력만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비판도 높은 상황이다.
최흥수(崔興洙) 금융연구원 부원장은 “지지부진 시간만 끄는 협상은 분명히 경제회생의 발목을 잡는 것이지만 전체 부실기업들의 처리문제에 대해 촉박하게 일괄처리 일정을 잡는것은 오히려 더 불리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사안별로 분리해 다룰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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