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경제가 급격한 둔화 조짐을 보이면서 각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경기 침체 국면에 접어든 싱가포르와 태국은 물론, 수출 감소로 고전하는 대만, 말레이시아 등이 부진한 내수 진작을 위해 잇따라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거나 준비 중이다.
눈에 띄는 고성장을 기록하던 중국마저 최근 경기 위축세가 뚜렷해지면서 예산 지출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부양책은 재정 적자 확대는 물론, 1997~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각국이 진행하고 있는 구조조정 작업을 훼손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올 1, 2분기 연속해 전분기에 비해 10%가 넘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기술적 침체기에 접어든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 달 말 22억 싱가포르 달러 규모의 재정 지출 계획을 발표했다.
공공사업 확대와 노인층 재교육 프로그램 도입을 골간으로 하는 이번 부양책은 싱가포르 정부가 1998년 외환위기 때 100억 싱가포르 달러 규모의 재정 지출을 결정한 이후 처음이다.
수출 부진으로 싱가포르처럼 올 2분기 연속 성장률 감소를 기록하고 있는 태국정부도 국채를 발행, 500억바트의 재정을 추가 지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태국은 올들어 영농자금 지원과 농가부채 상환유예, 중소기업 지원등 일련의 부양책을 도입했다. 반도체 등 수출 감소에다 정치 불안까지 겹친 대만도 내수 확대에 경기 회복의 기대를 걸고 감세 정책 등의 부양책을준비하고 있다.
주가 폭등과 나홀로 성장을 거듭하던 중국마저 경기 감속이 뚜렷해지자 재정지출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출 증가율이 지난해 상반기 40%에서 올해 4% 수준으로 떨어진 중국은 올해 예산의 5%에 해당하는 500억 위안의국채를 발행, 공공투자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일본 정부도 2ㆍ4분기 성장률 하락에 따라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방침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7일 보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시아 각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을 새롭게 투입할 여력도 별로 없을 뿐만 아니라 구조 개혁이 진행되고 있어 재정 투입 효과도 제한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은7일 싱가포르, 태국, 대만 등의 경기 부양은 재정적자를 늘리는 것은 물론, 경제 개혁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아시아의 경기 위축은 금융위기 이후 각국 정부와 기업, 은행들이 구조조정을 완수하지 않아 강력한 내수 회복을 이끌어내지 못한 채 수출 의존도만 높인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 개혁을 계속하고 내수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한 구조조정에 성공하는 것이 올바른 위기타개책이라고 지적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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