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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www.세상읽기] (124)자 떠나자, 동해로…

입력
2001.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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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사람들 만나면 많이 주고받게 되는 인사말은 “휴가는 다녀왔습니까?”이다. ‘여름에는 휴가 가야한다’가 머리 속 공식이 되었는가.휴가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잘지내세요?”라고 누가 인사해오면 다정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센스 없게 느껴진다.

올해는 언론이 정치가들의 휴가계획부터 일정, 귀가까지를 유난히 자주 보도했다.평범한 우리는 우리의 휴가계획을 아직 짜지도 못했으면서 김대중 대통령,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휴가를 다녀왔고 미 부시 대통령은 긴 휴가 중이고고어 전 부통령은 수염을 기르고 스페인 여행 중임을 읽고 보았다.

지난 주말 사람들은, 무려 27만대의 자동차가 서울을 빠져나가 고속도로가 꽉막혀있는 사진을 보면서 “안 떠나기를 잘 했다”고만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나 역시 막힌 서울~강릉 도로 사진을 보면서도 “그래, 사람들은 ‘자, 떠나자’하며떠났구나, 괴롭지만 좋겠다!” 싶었다.

별별 역사를 다 조사하는 괴짜가 많은 미국에서 휴가 역사를 조사한 이의 말에따르면 미국에서 휴가는 1800년대에 시작됐다.

그러나 당시 휴가를 간 사람들은 이른바 ‘보 몽드(beau monde)’라 불리던 상류층뿐이었고 그들도, 또 1940년대까지시민들도 휴가를 떠날 때 죄의식을 털지 못했다.

1960년대에 우리나라에서는 오늘의 ‘휴가’대신‘바캉스’ 라는 유행어 속에 여름휴가 가는 풍속이 생기기 시작했다.그 시기, 미 시민들은 휴가에의 죄의식을 털어낼 수 있었다.

김 대통령의 휴가는 4일, 부시의 휴가는 ‘여름동면’이라는 촌평이 따라붙게 긴 한 달이다. 그런데 두 정치의 휴가가 다 ‘일하는휴가’란다.

미 여행업협회(www.tia.org)와미 국제경영협회(www.amanet.org)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휴가를간 경영인들 중 82%도 ‘일하는 휴가’를 보냈다. 마우스와이메일, 이동전화와 팩스 속에서 해방되지 못한 것이다.

언뜻 생각에, 잘 사는 나라 미국에서는 모두들 휴가를 가는 듯 하지만 물론 그렇지는않다. 일반시민 중 14%, 경영인 중 21%는 연중 전혀 휴가를 가지 않는다.

재미있는 것은 많은 휴가자들이 자신들 휴가를 ‘생쥐경주(rat race)’라 여긴다는 점. 저축하고 계획 세워 집 나서지만,서울~부산 거리 두 배 좀 넘는 300Km거리를 전쟁 치르듯 3~4일에 다녀온다는 의미에서다. 보 몽드들만이 부시처럼 장기, 장거리 휴가를 간다.

휴가를 다녀와도 괴롭기 쉽다. ‘휴가 효과(respite effect)’를 잰 한 사회학자 조사에 따르면 많은 사람이 휴가에서 돌아와 출근 첫날 업무에 ‘재진입(re-entry)’한다는 스트레스를 겪어, 휴가 효과는 기껏 사흘 가면다행이다.

그러나 아직은 송창식의 ‘고래사냥’이 흥얼거려지는 여름의 절정이다. “ 자, 떠나자. 고래 잡으러. 푸른 파도 넘치는 동해바다로…”

박금자 / 편집위원 par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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