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혁명을 몰고 온 개인용컴퓨터(PC)가 12일로 탄생 20주년 맞는다.IBM이 자사의 최고 엔지니어12명으로 특수팀을 구성, PC 개발에 착수한 것은 1980년 여름. ‘더티 더즌’(Dirty Dozen)으로 명명된 이 팀은 1년의 비밀작업 끝에 1981년 8월 12일 회심의 역작 ‘IBM5150’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 이전에도 애플, 오스본, 코모도 등 신생 기업들이 개발한 개인용 컴퓨터가 시판되고 있었지만, 전문가들은 오늘날과같은 PC의 기본 틀을 구축하고 PC 대중화의 물꼬를 튼 IBM 5150을 PC의 ‘시조’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인텔의 4.77㎒급 8088 칩과마이크로소프트(MS)의 MS-DOS 1.0, 64KB 메모리를 탑재한 이 PC의 판매가는 2,665달러로, 당시 미국 근로자의 월 평균 소득이700달러 안팎이었음을 감안하면 만만치 않는 가격이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불모지나 다름없는 PC 시장에 뛰어든 IBM의 모험에 회의적 시선을보냈고, IBM도 5년간 예상 판매량을 5만 대로 잡을 만큼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그러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 시판 5개월 만에 3만 5,000대가팔려나가는 돌풍을 일으켰다.
시사주간지 타임이 82년 ‘올해의 인물’로 사람이 아닌 무생물로는 처음으로 IBM PC를 선정한 것은 이 PC에 대한관심이 어느 정도였는 지를 보여준다.
그후 20년간 PC는 빠른 속도로 기능이 향상되면서 산업은 물론, 개인의 일상생활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요즘 PC는 초창기에 비해 CPU 속도는 3만 배, 메인 메모리는4,000배, 84년 첫 채용된 하드디스크 용량은 2,000배 가량 증가한 반면, 가격은 20%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성년을 맞은 PC의 미래는‘유년기’에 비해 밝아 보이지 않는다. 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하고, 경쟁 제품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세계 PC시장은 올해 처음으로 매출 감소로 돌아서는등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특히 인터넷의 등장으로 ‘컴퓨팅’ 보다는 ‘네트워크 접속’기능이 중요해지면서 휴대폰, 개인휴대단말기(PDA) 등 휴대가능하고 간편한 통신 기기들이 PC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IBM이 PC 탄생 20주년을 맞고도 별다른 행사를 준비하지 않는 것은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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