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대책이 본격화하고 있다. 낙관론을 고집하며 미적미적하던 정부가 늦게나마 비상 태세를 취하게 되어 다행이다.이제 문제는 대책의 실효성과 구조조정의 일관성, 정치논리의 배제 여하에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경기대책이 득보다 실, 순기능보다 부작용을 빚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제 대통령주재 경제장관 간담회를 비롯한 여러 자리에서 다각적인 경기대책이 검토되고 있으나, 핵심은 두 가지다. 정부가 돈을 직접적으로 푸는 재정지출 확대와 간접적으로 소비를 자극하는 감세정책이다.
우리가 지금껏 주장해 온 대로, 경기대책은 불가피하다. 불황에는 어떤 형태로든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을 펴야 하는 것이 교과서적인 원칙이다.
아무리 대내외 정책환경이 불투명하고, 구조조정의 역행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지금처럼 수출 투자 생산이 내리막을 걷다가 급기야 성장 잠재력의 근본마저 훼손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도록 방치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다만 걱정스러운 것은 경기대책의 성능과 약효다. 우선 경기대책의 명(名)과 실(實)이 부합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정부는 지난 상반기에도 재정의 조기 집행을 추진했지만 정작 일선과 현장에 스며들지 않아 목표에 못 미쳤던 게 단적인 예다.
이번에 추경편성과 예산 불용액 사용 등을 통한 10조원의 재정 확대책도 같은 궤적을 그리기 십상일 것이다.
일단 목표가 정해졌으면 강력하고 단호하게 집행되어야 후속 대책들도 탄력을 받는다.
감세정책은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할 대상이다. 감세 역시 전통적인 경기대응수단의 하나이지만, 이를 위한 세제개편은 자칫 국가의 중장기 진로를 뒤흔들게 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더욱이 2003년까지 균형재정을 이뤄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앞두고 있는 마당에 당장의 조세수입 감소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재정지출 확대든 감세든 결국은 시중 유동성을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 이 점에서 정부는 두개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
우선 늘어나는 시중자금이 부실기업 등 비효율적 부문에 유입되지 않도록 차단벽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
그래야 구조조정과 경기진작이 서로 상생할 수 있다. 둘째, 예산자금의 배정이나 세제조정에 일체의 정치적 입김을 배제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내년 정치일정과 맞물려 정책 왜곡이 우려되는 시점이다. 경기대책이 무력화할 경우 일본식 장기불황의 단초를 제공하게 된다는 사실을 아울러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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