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과 충남ㆍ북 400만 주민의 상수원이 위험하다.’장마에 이은 폭염으로 대청호 상류수역에 물이끼가 급속하게 번져 사상 최초로 ‘조류 대발생’이 발령된 가운데 이끼가 계속 하류로 확산돼 중부권 최대의 취수장을 압박하고 있다.
재해당국은 물에 공기를 주입하고 황토를 뿌리는 등 취수수역을 사수하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으나 이런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끼는 하루하루 무서운 속도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현재와 같은 폭염이 이어질 경우 앞으로 보름후면 하류 취수수역까지 녹색이끼로 가득 차 대청호는 상수원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할 위기에 직면해 있다.
■ 녹색의 죽은 호수
지난 6일 오후 충북 보은군 회남면 사음리 회남대교 부근 대청호. 조류대발생의 진원지답게 녹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호수가 온통 조류로 뒤덮여 있다. 멀리서 바라본 호수 반대편도 우거진 산림과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진한 녹색이다.
물속에 손을 5㎝정도 집어넣어도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물빛이 탁하고 물가에 서기만 해도 비릿한 악취가 진동한다. 평소 같으면 고기잡기에 나선 소형 목선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겠지만 이날은 수자원공사의 조류 제거선 1척만이 호수 한 가운데 덩그러니 떠있다.
환경전문가들에 따르면 조류가 발생하면 마이크로시스틴과 같은 인체에 유해한 독소가 퍼진다.
1996년 조류예보제 시행 이후 최초로 최고단계인 조류대발생이 발령된 대청호 상류의 보은군 회남면 회남수역(11㎢)은 이미 이 같은 독소가 넓게 퍼져 사람이 마실 수도 없고 물고기도 살 수 없게 됐을 가능성이 크다. 또 이끼가 햇볕을 차단, 수중 생태계도 파괴되고 있다.
■ 취수탑을 사수하라
보은군 회남면에서 조류제거작업을 지휘하던 수자원공사 대청댐 관리단 김진원(金鎭沅) 환경과장은 “상황이 어떠냐”는 질문에 “이렇게 짙은 농도의 조류는 처음 본다”고 손을 내저으며 “일조량 감소와 수온 저하를 가져올 날씨 변화만을 기대하면서 별다른 대책 없이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회남수역에 조류가 발생한 것은 장마 때 떠내려온 각종 부유물이 이어진 폭염 속에서 조류를 과잉번식시켰기 때문이다. 환경당국은 지난달 14일 이 곳에 조류경보를 내리고 급기야 지난 4일에는 조류대발생을 발령했다.
회남에서 7~10㎞ 상류인 옥천군 군북면과 안내면 일대는 아직 조류예보제 시행구역이 아니어서 조류예보는 발령되지 않았지만 이끼가 심하게 끼었다.
수자원공사 금강환경관리청 지자체 등 재해당국이 하루 수십명의 인력과 선박 2척을 동원, 물에 황토를 살포하고 대청호내 수중 기포 발생기 48대를 모두 가동했으나 조류는 청원군 문의면 문의취수탑과 대전 동구 충동 취수탑의 10㎞ 상류까지 육박했다.
한 관계자는 “보름 정도면 조류가 취수탑까지 도달할 것”이라며 “인력과 장비를 추가 투입한다 해도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주민 임지훈(林志勳ㆍ28ㆍ옥천군 군북면 추소리)씨는 “해마다 계속되는 조류이기는 하지만 올해는 색깔이 유난히 짙고 하루가 다르게 번져간다”고 말했다.
■ 항구적 대책 절실
이번이 규모가 크기는 했지만 대청호에서는 97, 98년에는 조류주의보, 지난해에는 조류경보가 발령되는등 매년 조류 발생이 되풀이 되고 있다. 상류에서 내려오는 영양염류를 차단할 수 있는 정화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최충식(崔忠植)부장은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금강수계 특별법이 조속히 제정돼 환경정화시설이 대폭 보강되지 않으면 대청호는 죽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허택회기자
thheo@hk.co.kr
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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