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서기 질서를 어긴 새치기도 유형에따라 줄 선 이들의 반응이 다를 수 있다. 노약자나 젖먹이 딸린 부녀자의 새치기는 오히려 권하는 게 선진 사회의 관행이다.급한 사정이 뚜렷하거나줄 선 이들에 큰 피해 없는 새치기도 용인하는 것이 성숙한 시민 의식이다.
그러나 겉보기 점잖고 힘 센 자들의 새치기는 줄 선 이들을 얕잡아 보는듯한 모멸감을 안겨준다. 검찰 지청의 설악산 콘도 예약 새치기는 이를테면 이 최악의 유형이다.
■작은 영향력과 연줄만 있어도 온갖 새치기를 하는 사회에서휴가철 콘도 예약 정도를 두고 웬 소란인가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차례만 기다리다 콘도 하나 얻지 못한 힘없는 서민들은힘 센 기관의 새치기에 박탈감과 모멸감을 갖기 십상이다.
그 동안 어떻게 했는지 모르나 공기관이 버젓이 공문까지 보내 아주 당연한 일상 업무처럼새치기를 하는 사회에서, 이른바 빽 없는 서민은 무력함을 절감할 수밖에 없다.
■그릇된 관행은 속초지청과 검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검찰이 법과 질서를 앞장 서 외치는 조직이란 점에서 공직 사회의 위선적 행태를 상징한다고 하겠다.
질서 확립을 위한시민의식 개혁을 떠들면서, 자신들은 특권의식에 젖은 알량한 모습을 대표해 보여준 것이다. 책임자를 징계하고 악습 척결을 다짐하지만, 관행을 열성으로좇은 지청장을 동정하는 목소리가 검찰 내부에서 나오는 사실은 고개를 가로 젓게 한다.
■바람직하기는 공직자들이 새치기를 부탁한 윗사람의 권위보다새치기 하는 자신의 명예와 새치기 당하는 이들의 권익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의식 전환 없이는 사회에 만연한 온갖 새치기 관행은 사라질 리 없다.힘센 공직자들이 힘 없는 시민에게 차례를 양보하는 미덕까지는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새치기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질서를 해친다는 초등학생수준의 인식만이라도 갖기 바란다. 더 큰 비리도 주저 않는 이 땅의 공직자들에게 너무 무리한 요구인가.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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