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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내 끼와 매력을 1분에 담는다

입력
2001.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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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해진 스타 등용문…자판기·인터넷 오디션 등장스타를 꿈꾸는 사람이 많을수록연예인의 등용문인 오디션도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우선 ‘EMCAF2001’ 처럼 연기자, 배우, 가수, 모델 등에 관련된 기획사들이 참여해 각 장르에 필요한 연예인을 선발하는 방식인 종합 오디션이있다.

아이컴인미디어가 8월 10일까지 가수, 비디오자키, 연기자 지망생을 접수한 뒤 8월 30일 오디션을 치루는 ‘범아시아 토털 엔터테이너 공개 오디션 페스티벌’ 역시 종합 오디션 방식이다.

기획사 단독 형태의 오디션도있다. 연예인 기획사인 에이스타스가 7월 28일 실시한 ‘스타 2001 컨테스트’가대표적인 경우다.

에이스타스는 이번 오디션 지원자 4,000여 명 중 선발한 12명을 일정기간 훈련시켜 모델과 연기자로데뷔시킬 계획이다.

촬영을 앞두고 실시하는 공개오디션도 자주 열린다. 방송사나 영화사가 새 드라마나 영화를 시작할 때 출연진을 오디션으로 선발하는 방식이다.

신세대 스타로 부상한 배두나, 장혁,원빈, 김래원, 김민희 등이 KBS 드라마 ‘학교’ 와 ‘광끼’ 의 작품별 오디션을 통해 배출된 연기자다.

KBS 윤흥식 주간은 “새로운작품이 기획된다는 소문이 나면 수백 명에서 수천 명에 이르는 연기 지망생들이 오디션의 유무에서부터 방식에 대한 문의를 해 업무가 마비될 정도” 라고 말했다.

최근 등장해 눈길을 끄는 것이‘기계 오디션’ 이다. 서울 강남 등지에 설치된 ‘스타되기’라는 기계 앞에서 3,000~5,000원 정도를 넣고 가수가 되고 싶은 이들은 노래를 부르고,개그맨을 원하는 사람은 코미디 연기를 하고, 탤런트가 되고 싶은 사람은 일정 시간 연기를 한다.

이 화면이 기획사나 방송사의 컴퓨터에 입력돼PD나 기획자가 마음에 드는 사람을 캐스팅하는 방식이다.

인터넷 오디션도 있다. 캐스팅전문 오디션 사이트 ‘캐스트 넷’(www.castnet.co.kr)등 200여 곳이 실시하고 있다. 자신의 이력과 사진을 올리면 기획사에서 필요한 사람을 수시로 기용한다.

■ 나는 오디션장으로 향한다

7월 26일 오전 10시, 지하철 2호선이 삼성역에 다다랐다. 내릴 준비를 하는 10대와 20대의 무리. 서로의 의상과 메이크업을 챙겨주는 이들은 튀는 모양새와 행동으로 보아 금세코엑스로 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예 오디션 박람회 ‘EMCAF 2001’ 이 열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박람회가 시작되기 전 행사장밖 복도. 오디션 지원서를 쓰고 있는 사람들과 대사를 외우거나 춤을 연습하는 10대들, 워킹을 해 보는 20대 학생들.

뜨거운 날씨만큼이나 열기가 후끈 달아 오른다.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 광주,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온 이들은 스타가 되려는 열망의 초입에 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존재 의미를느끼는 듯하다.

“오디션장에 온다는 것 자체만으로 희열을 맛봅니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니까요.” 연기자의 꿈을 안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각종 오디션에 응한다는 고인석(22ㆍ경기 구리시)씨의 말은 이곳에 온 사람들의 마음을 말해준다

이틀 뒤인 7월 28일. 대형기획사 에이스타스가 같은 곳에서 개최한 ‘스타 2001 컨테스트’에는 4,000명이 몰려 들었다.

■ 1분에 보여준다, 오디션장 풍경.

낮 12시 ‘EMCAF 2001’ 의 막이 올랐다. 12개 분야의 오디션장에선 내일의스타를 꿈꾸는 이들의 끼와 노력이 발산되기 시작했다.

연기 오디션장 대기실, 60여 명이 준비해 온 대사와 표정 연기 연습에 여념이 없다. “폐하! 통촉하여주시옵소서!” 고성을 질러도 아무도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 없다.

6명의 심사위원 앞에서 연기 오디션, 대사와 표정 연기 테스트가 1분 정도진행됐다. 노력과 열정을 보여주기에는 1분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고 형식적인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학교를 휴학하고 각종 오디션에 참가하고 있다는 김희영(23ㆍ동덕여대 경영학과)씨의 대답.

“그래도 오늘은 대사라도 해 보고 나왔으니 다행이다. 10여 명을 늘어놓고 얼굴만 보고 금방 나가라는오디션도 참가한 적도 있다.”

싸이더스, 에이스타스 등 30여 국내외 대표적인 기획사가 참여해 29일까지 4일 간열린 ‘EMCAF 2001’에는 2만 여 명이 오디션에 참가하고 6만 여 명이 참관하는 폭발적인 관심의 이벤트였다.

■ “불에 타 죽을지라도 불나방의 삶이 행복하다.”

오디션 열기의 이유다.

요즘 청소년들의 희망 중 가장 많은 것이 연예인이 되는 것이다. 최근 문화관광부 산하 ‘청소년 대화의 광장’에서 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희망 직업 조사에서 응답자의 52%가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답했다.

이렇게 많은 청소년들이 연예인을 지망하지만 수요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연예인 초입에 들어설 수 있는 오디션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내가 하고 싶은 가수를 포기하는 일은 살아가는 동안 결코 없을 겁니다.” 가수 지망생 공주희(21)씨의 한마디는 왜 이렇게 많은 신세대들이 오늘도 여전히 오디션장으로 발걸음을 향하는지를 말해준다.

스타의 노래를 들으며 환호하고 스타와 같은 옷을 입으며 행복해 한다. 청소년들은 스타의 생활과 이미지를 동일시하며 자신의 실체를 확인하려한다.

많은 신세대가 화려한 생활과 돈과 인기로 무장한 듯 보이는 연예인, 그리고 대중의 시선한 가운데 선 스타를 자신의 모습으로 전환하는 꿈을 꾼다.

스타가 되지 않더라도 자신이 그 언저리를 배회하는 것만으로 만족한다는 오늘의 젊은이들이 있기에 오디션장은 늘 북적댄다.

■ 왜 오디션인가

젊은이들이 그토록 열망하건만 연예인이 되기 위한 길은 철저히 폐쇄적이다. 자본과 인력을 앞세운 일부 대형 기획사와 방송사에 의해 훈련되고 출연 기회가 주어지는 선택된 일부만이 스타의 가능성을 독점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주체할 수 없는열망과 끼가 있어도 연예인이 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막혀 있다.

“지난 2년 동안 각 방송사의 탤런트 시험, 영화사의 배우 선발대회, 미인 선발대회등 수십 곳에 참가했어요.

하지만 입상하지 못해 그나마 쉽게 참가라도 할 수 있는 오디션장에 옵니다.” 연예인 지망생 김미현(23ㆍ부산 금정구서동)씨의 말이다.

김씨의 말처럼 오디션은 연예인이 되려는 젊은이들에게 현실적으로 가장 접근하기 쉬운 통로이자 기회이다.

오디션을 통과해 원하는 연예 분야에 진출할 수 있는 확률이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 만큼이나 어려울 지라도 그래도 오디션이그 구멍이나마 바라볼 수 있는 실제적인 기회이자 공개의 장이기 때문이다.

반면 방송사, 기획사, 영화사, 음반사들은 가능성 있는 인물들을 돈들이지 않고 쉽게 그리고 많이 찾을 수 있는 중요한 창구이기 때문에 오디션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 이런 사람을 뽑는다

연예 산업의 급성장과 연예인 지망생이 늘면서 각종 기획사와 영화사 등에 의해 다양한 종류와 형태의 오디션이 열린다.

‘EMCAF 2001’ 에 참가하고 ‘스타 2001 컨테스트’ 를 주관한 에이스타스의 김희정 부사장은 “스타 탄생은 노력, 끼, 외모, 시간, 돈, 훈련이 요구되고 여기에 운까지 따라줘야 하는 희박한 확률의 게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디션에서는 대중이 앞으로 좋아할 이미지를 갖고 있는지 여부를 가장 우선해서 본다. 다음으로 연기력과 가창력, 끼를 테스트한다. 외모는 중요하지만 얼마든지 변화가 가능하기에 발탁의 큰 요소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순한 열정만을 가진 젊은이들이 연예인의 화려함에만 현혹돼 스타가 되기 위한 아픔과 고달픔, 어려움을 보지 못한다”고 말했다.

■ 그래도 우리는 오디션에 간다.

오랜 시간 준비했던 것들을 짧은 시간 안에 보여주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하는 젊은이들이 오디션장 주위를 서성거린다.

그리고 이영애, 최진실,god 등 스타 사진이 걸려있는 오디션 부스 앞에 선다. 이들은 자신들의 사진이 저곳에 걸릴 그날을 생각하며 더위도 잊은 채 또 다른 오디션 장으로 발걸음을 옮길 것이다.

‘스타 2001 컨테스트’에서 금상을 받은 김은주(16ㆍ한가람고 1년)양은 ‘미래의 이영애’가 되겠다고 부풀어 있다. 하지만 오디션은 시작일 뿐이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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