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마련한‘2001년도 세제개편 방안’은 정부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정부 지출을 늘리는 재정정책 뿐 아니라 ‘감세(減稅)’라는 새로운 카드를 동원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감세정책은 금리인하, 재정확대 등과 함께 경기부양의 대표적 수단이지만 세수감소를 초래하는 문제점이 있다.
이에 따라 ‘세율인하에 따른 세수부족은 세원(稅源) 확대로 충당한다’는정부 설명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으로부터 경기부양을 위해 ‘균형재정’ 목표를 포기했다는 비난과 함께 내년 선거를 염두에둔 선심행정이라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 세율 낮춰 소비진작
세제개편의 핵심은 소득세율과 양도세율의 대폭적인 인하이다. 현재 소득세율은 소득에 따라 10~40%의 누진세율이 매겨지는데 이를 평균 10% 낮춰 9~36%로 조정한다는 것이다.
특히 과세표준 8,000만원 이상 부유층의 세율을 40%에서 36%로 4%포인트나 내리는것은 부유층 소비진작을 통해 내수를 살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는 또 부동산 투기억제를 위해 ‘고세율-다감면’ 구조로 운영됐던 양도소득세 체계를 ‘저세율-소감면’ 구조로 전환, 세율을 20~40%에서 9~36%로 낮추는 대신 복잡한 각종 감면제도는 대폭 축소키로 했다.
정부는 자칫 세금인하의 혜택이 부유층에만 집중되는 것을 의식, 서민층을 위한 소득공제 방안도 마련해 부동산 월세 중 일정 부분을 소득에서 공제하는 한편 기존 근로소득공제와 보험료, 교육비공제 혜택을 확대키로 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세금 공제확대로 중산, 서민층의 세부담이 약 1.9조원 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추정했다.
■ 기업구조조정도 지원
정부는 기업구조조정과 설비투자 촉진을 위해서도 ‘감세카드’를 사용할 방침이다. 우선 지난 6월 전경련의 규제완화 건의 당시 “재벌 2세들의 경영실패에 세금을 지원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제외됐던 ‘특수관계 법인의 합병시 이월 결손금 승계’를 허용키로 했다.
또 기업구조조정 투자회사 투자의 배당소득공제를 허용하는 한편 법인이 현물로 출자할 경우 증권거래세를 면제키로 했다.
재경부 관계자는“구조조정 과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1만개 중소기업의IT사업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 방안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 구멍뚫린 세수
감세의 가장 큰 그늘은 세수부족이다. 정부는 6월말 현재 비과세ㆍ감면 규모가 13조원(113건)에 달하므로 방만한 비과세ㆍ감면제도의 축소만으로도 세율인하에 따른 세수부족을 감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올해 안으로 60건의 조세감면 규정을 정비할 경우 세수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내년 예산규모가 올해보다 6% 가량 늘어난 107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국세수입은 경기침체로 100조원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정부가 감세정책을 사용할 경우 결국 경기활성화를 위해 균형재정이라는 목표를 당분간 포기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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