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北 변화는 허구였다"한나라당은 6일 모스크바 선언에 주한미군 철수 조항이 포함된 것과 관련, “대통령이 북한에 속았느냐, 아니면 대통령이 국민을 속였느냐”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겨냥해 직격탄을 퍼부었다.
대통령이 6ㆍ15선언 후 북한의 변화가능성과 주한미군 주둔인정을 햇볕정책의 근거로 말해왔는데 이 같은 논거가 모스크바 선언으로 일거에 무너졌다는 주장이다.
한나라당은 “북한은 결코 변하지 않았다”며 햇볕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는 물론 대통령의 해명을 요구하며 여권을 압박했다.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이날 총재단 회의에서 “대통령의 인식이 얼마나 안이하고 잘못된 것인지 드러났다”며 대여 공격을 진두 지휘했다.
또 “동북아 정세가 급변하고 있는데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에만 매달려 우리의 외교적 입지가 취약해졌다”며 “냉철하게 국익을 따져 외교방향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광근(張光根)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정부의 대북정책은 ‘한반도 긴장완화 가능성’이 전제였으나 이번 북러 회담을 통해 북한의 변화가 허구임이 드러났다”며 “지금까지 우리는 퍼주기만 하고 결국 북한에 이용만 당한 것이 아니냐”고 비난했다.
정책위원회도 정책성명에서 “이번 회담으로 한반도 정세가 다시 냉전시대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면서 “김 위원장이 방러 기간 중 방문한 곳은 한결같이 북한군의 전력강화와 관련된 시설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진보 성향의 이부영(李富榮) 부총재는 “북ㆍ러간에 미 부시 행정부의 미사일방어(MD) 계획에대한 반대 논리로 약방의 감초처럼 들어갈 이야기”라면서 “그러나 이런 문제를 너무 논리적으로 연장해 남북정상회담과 결부시킬 필요는 없다”며 당의입장과 다른 시각을 보였다.
이태희기자
taeheelee@hk.co.kr
■與 "北 외교적 언사일 뿐"
민주당은 6일 모스크바 선언에 북한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이 포함된 데 대해 내심 곤혹스러워하면서도 “야당이 민감한 문제를 당리당략에 따라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은 이날 확대간부회의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한 것은 북미간대화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고도의 외교적 언사”라며 “북한의 표현을 놓고 일희일비 하거나 정쟁의 소재로 삼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않는다”고 강조했다.
장성민(張誠珉) 의원도 “북한이 이 문제를 다시 제기한 것은 부시 행정부가 재래식 전력 감축을 북미대화의 새로운 의제로 제기한 데 대한 반발로 향후 북미 대화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힘의 비축’이라는 의미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낙연(李洛淵) 제1정조위원장은 “주한미군 철수문제는 러시와와 북한이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공조하는 양상으로 깊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정부 '선언의미' 설명
정부는 북한이 모스크바 선언을 통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한 배경과 관련, 최근의 상황 변화를 지적한다.
당국자들은 “남북 정상회담과 지난해 10월 북한 조명록(趙明祿) 차수의 방미 등을 통해 주한미군을 용인했던 북한이 이 문제를 다시 들고 나온 것은 최근의 상황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대북 강경책이 구사되고, 북미대화 의제로 핵, 미사일 뿐만 아니라 재래식 무기까지 상정됨에 따라 북측이 ‘전가의 보도’를 다시 꺼냈다는 설명이다.
당국자들은 “1992년 김용순(金容淳) 노동당 비서가 미키 켄터 국무차관과의 회담에서 주한미군 용인을 언급했던 점 등을 미뤄 북측의 진의는 비교적 선명하다”면서 “이번 철수 주장은 대미 대화를 겨냥한 단기적 방책으로 보인다”고말했다.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대미 대화의 전제로 상정하기 보다는 협상의 지렛대로 이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따라서 부시 행정부가 클린턴 행정부 당시의 북미합의를 존중할 경우 철수 주장은 철회될 여지가 크다.
한편 당국자들은 “주한미군 문제는 한미상호 방위조약에 따른 한미간의 문제여서 제3자가 개입할 수 없다”는 단호한 원칙을 보이고 있다.
당국자들은 “러시아측의 ‘이해’는 북한측이그렇게 주장하는 상황에 대한 이해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러시아측 입장을 호의적으로 해석하면서도 선언문에 포함된 데 대해서는 언짢은 표정이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 6ㆍ15 남북정상회담 후 주한미군 주요 발언
-“김대중 대통령은 주한미군이 한반도에서 전쟁재발 방지와 동북아 안정을 위해 균형자 역할을해야 하며 통일 후에도 필요하다는 말을 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뜻을 같이한다는 얘기를 했다.” (2000년 6월19일 언론사 사장단 청와대 만찬서 임동원 국정원장 브리핑)
-“그 동안 우리가 미군더러 나가라고 했지만 그들이 당장 나가겠느냐. 그들은 남북분단에 책임이 있는 만큼 통일을 적극 돕는 방향에서 알아서 결정해야 한다” (2000년 7월 재미언론인 문명자씨 인터뷰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이 통일되더라도 한반도에 미군이 계속 주둔해야 한다는데 김 국방위원장과의견일치를 보았다” (2000년 8월28일 독일 디벨트지 회견에서 김 대통령)
-“김 위원장이 6ㆍ15 때 주한미군 필요성에 동의했으며 조명록 북한 차수도 지난해 10월 방미 때 주한미군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2001년 2월 박재규 통일부장관 국회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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