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시원하고 또 말동무도 있어서 집보다 지내기가 훨씬 좋아.” 노인성 질환으로 보라매병원에 입원한 박모(68)할머니는 지난달 23일 담당의사의 퇴원 권유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퇴원을 하지 않고 있다.아들 며느리와 함께 살고 있지만 시립병원에 입원할 경우 입원비를 한 푼도 안내는 의료보험 보호1종으로 병원비 부담이 없을 뿐만 아니라, 집보다 훨씬 시원하고 친구들이 있어 심심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상 병원으로 피서를 온 것이다. 박 할머니의 담당의사는 “노인성 질환이 딱히 증세가 뚜렷한 것이 아니어서 본인이 병원에 있겠다고 하면 어쩔수가 없다”고 말했다.
찜통더위가 이어 지면서 보라매 강남 동부 은평 시립병원에는 박 할머니처럼 피서를 온 환자 아닌 환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대부분이 의료보험 보호1종으로 분류된 노인들이다. 이 때문에 병원측에서는 입원비가 싼 4인실 이상 병실에 입원하려는 환자를 받지 못하는 일까지 생기고 있다.
보라매병원 관계자는 “4~5인실의 경우 이런 환자들이 차지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3인실 이하에 입원하는 환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동부시립병원도 보호1종환자가 70%이상으로 사정은 비슷하다. 이 병원의 한 간호사는“특히 겨울과 여름에 이 같은 환자들이 많다”며 “3년째 추운 겨울에 들어왔다가 날씨 풀리면 나가고 다시 여름에 입원했다가 시원해지면 퇴원하는 할머니까지 있다”고 전했다.
강남병원의 관계자는 “이럴 바에야 차라리 무료 요양시설을 몇군데 만들어 이용하게 하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기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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