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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드 / 경차(輕車), 이대로 퇴출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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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드 / 경차(輕車), 이대로 퇴출되나

입력
2001.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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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작은 차, 큰 기쁨’을 자랑하며 도로를 누비던 800cc급 경차(輕車)가 아예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1991년 6월 대우차 티코로 시작한 경차는 외환위기와 고유가, 정부의 각종 세제 혜택 등으로 ‘경차 붐’이일었던 1998년 대우차 마티즈, 현대 아토스 등이 선보이며 전체 자동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한때34.9%까지 치솟았다. 새로 차량을 구입하는 3명 중 1명이 경차를 선택했던 셈.

하지만 올 7월 경차 판매량은 8,710대로 판매비중이 6.9%로 뚝 떨어졌다. 외환위기 이전 수준(97년 6.8%)으로 돌아간 셈이다. 전체 등록차량 중 경차의 비율(경차보급률)도 올해 상반기 7.1%에 그쳤다.

이탈리아 45%, 프랑스 39%, 일본 26%, 영국 11%등 우리보다경제사정이 나은 선진국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이다.

대우차 마티즈만‘나홀로’선전하고 있을 뿐 현대ㆍ기아차 등 자동차 회사들의 신차 목록에서 경차가 제외된 지 오래다. 현대차는 아토스와 쌍둥이 격인 비스토(기아차)가 실패하자 아예 경차를 단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을 정도다.

■ 왜 안 타나

경차 감소는 무조건 ‘큰 차’를 선호하는 운전자들의 후진적인 자동차 문화에 가장 큰 원인이 이지만, 여기에는 거꾸로 가는 정부 정책도 한 몫 했다.

경차 운전자에 제공되는 혜택은 ▦종합보험료 10% 인하, ▦등록세 2%(일반 승용차 5%) ▦고속도로 통행료 50% 할인 ▦서울지역 공영주차료 50% 할인 ▦지하철 환승주차료 80% 할인 등이다. 언뜻 많은 혜택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동안 가장 좋은 혜택이던 1가구 2차량 중과세 면제가 99년 완전 폐지된 데 이어, 경차에 한해 허용하기로 했던 개구리 주차(차도와 인도에 걸친 주차)는 시범운영만으로 끝났고, 공영주차장은 계속 줄어 실제 경차 운전자가 주차료를 할인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여기에 시내운전이 대부분인 경차에 대해 고속도로 통행료는 할인하면서 남산터널 등 시내 유료도로는 한 푼의 할인혜택도 주지 않는 것도 모순이다.신설된 인천공항 고속도로는 민간기업이 운영한다는 이유로 할인 폭이 20%에 그치고 있다.

LPG(액화천연가스)를 사용하는 7인승 이상 미니밴 승합차에는세금과 연료비 절감 등 각종 혜택이 늘어난 것과는 달리 경차 혜택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정부는 98년 5월 국무총리실 지침을 내려 공공기관업무용 차량 신규구입 때 최대 50%까지 경차를 구매할 것을 유도했으나, 지난 2년 동안 정부가 구입한 업무용 차량 2,062대 가운데 경차는10대 안팎에 불과하다. 그나마 경차를 타는 서울시 주차단속 요원들마저 “왜 우리만 경차냐”며 볼멘 소리를 할 정도다.

■ 경차답지 않은 경차

소비 경차에 온갖 편의장치를 달아 값만 올려놓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책임도 있다. 작은 차에 어울리지 않는 고급사양을 집어넣어 가격은 인상하고 무게는 늘려, ‘경차 답지 않은 경차’를 양산했다.

경차에 고급장치를 달다 보니 연비는 떨어지기 마련. 자동차 업체가 제시하는 자료에는 휘발유 1ℓ로 22~24km를 갈 수 있다지만 실제로는 10km도 가지 못한다는 게 사용자들의 말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내 경차 기준이 800cc이하로 돼 있어 엔진성능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체가 무거워 연비가낮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차 값이 소형과 맞먹는 것도 경차 구입을 원하는 운전자들에게 또 다른 장벽이다. 마티즈 디아트 모델에 CVT(무단자동변속기) 등 모든선택사양을 장착할 경우 최종 인도가격이 1,010만원이 넘는다. 준중형차 값에 버금간다. 이 때문에 외국인들은 “한국에는 진정한 ‘깡통 경차’가 없다”고 말한다.

■ 외국에선

외국은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경차 우선 정책을 펴고 있다. 이탈리아는 신규 면허 취득 뒤 3년간은 경차 보유를 의무화하고, 브라질은 소비세를 면제해 차값의 15% 인하 효과를 주고있다.

말레이시아는 정부 주도로 660cc 경차를 개발했고, 일본은 종합보험료 40%, 유료도로 통행료 50% 할인 등 다양한 지원책을 펴고 있다.

선진 자동차업체들도 다양한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젊은 층이 주 고객이라는 점에 착안한 2인승 경차도 많다. 다임러벤츠의 ‘스마트’, 지난해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경차인 마쓰다 ‘카푸치노’ 등도 2인승이다.

또 미쓰비시의 ‘파제로 미니’, 스즈키 ‘짐니’ 등은 660cc지만 4륜구동 방식을 도입해 강력한 힘을 자랑한다.

자동차 10년타기 시민운동연합의 임기상 대표는 “경차 보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자동차 업체들의 다양한 모델개발과 품질개선 노력 등과 함께 정부차원의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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