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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월드컵과 산중 절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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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월드컵과 산중 절간

입력
2001.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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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격렬한 운동이다. 푸른 잔디 운동장에서 하얀 공을 차는 힘찬 경기는 현대인에게 야성을 불러 일으킨다.관중들은 마치 평원을 달리는 옛 전사와 같이 열광에 빠져든다. 국가대항 경기는 불꽃이 일게 마련이다.

창과 칼이 맞부딪치는 전장의 소음처럼 고함소리가 운동장을 가득 채운다. 이런 열기가 솟구치는 축구는 문명에 순응해 온 젊은이들의 억눌린 감정을 풀어주어 미래를 열어갈 추진력을 제공한다.

■전세계 축구 팬들을 열광에 몰아넣을 내년 월드컵경기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전국 10곳의 축구전용 운동장이 속속 그 자태를 선보이고 있다.

개최 도시마다 자원봉사자 500명을 선발하고, 원활한 교통과 안전대책도 강구되었다. 입장권 판매는 일본보다 부진하다 하나 세계인의 축제가 빈 운동장에서 벌어질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단기간에 끝나는 경기이기 때문에 예상 관광객 35만을 위한 숙박시설 확보가 문제다.

■4일 불교계가 숙박문제 해결에 나섰다는 신선한 보도가 나왔다. 전국 주요 사찰을 외국손님의 숙박에 활용하겠다는 결정이다.

격렬한 축구경기와 한국의 정서가 담긴 산중 절간. 기막힌 대조가 아닐 수 없다. 문화 월드컵은 운동장이나 공연장이 아니라 고찰에서 피어나서 세계인의 마음속에 젖어들 것이다.

물론 통역 편의와 가족단위의 숙박을 비롯, 화장실 등 보완이 시급하겠지만 은은한 풍경소리 목탁소리 독경소리와 암자를 잇는 산책로가 줄 감명을 생각하면 큰 문제는 아니다.

또한 사찰의 차문화뿐 아니라 맵지 않고 짜지 않은 절 음식은 채식을 선호하는 요즘의 세계적인 추세와도 어울리지 않을까.

■이탈리아 월드컵은 패션이 상징했고, 프랑스 월드컵은 ‘와인과 치즈’의 음식문화가 이미지를 주도했다.

한일 공동개최 월드컵 경기는 모든 면에서 서로 비교된다. 일본은 문화월드컵을 민간기업 ‘덴쓰(電通)’ 주도하에 각 지역의 고유 축제인 ‘마쓰리’를 문화상징으로 현대화 시킬 계획이다.

한국은 예술과 IT결합의 문화행사와 함께, 조용한 가운데 움직임이 있는 정중동(靜中動)의 산중 절간이 세계인에게 소개될 것이다.

최성자 논설위원 sj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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