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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 연작소설 '슬픈 시간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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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 연작소설 '슬픈 시간의 기억'

입력
2001.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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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원일(59)씨는 나이들기를 기다렸던 것 같다. 그는 연작소설 ‘슬픈 시간의 기억’(문학과지성사 발행)을 내면서 이렇게 말한다.“살아감이 하도 괴로워 어서어서 흘러 세상 어느 한 구석에 있듯 없듯 존재하는 늙은이가 되었으면 하던 소년 적의바람을 얼추 이룬 나이에 당도했음이 고맙다.” 오랫동안 분단문제에 천착했던 작가는 이제 노인 이야기를 한다. ‘슬픈…’은 사설 양로원에서 죽음을 맞는 네 명의 노인에 관한 이야기다.

노인은기억을 얻는 대신 육체를 잃는다. 남은 시간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노화가 두려운 것만은 아니다. 허물어지는 육체에 대한 절망이 ‘시간의 기억’을 슬픈 것으로 만든다.

한여사(‘나는 누구인가’)와 초정댁(‘나는나를 안다’)의 몸에 대한 집착이 그렇다. 일제시대 종군위안부로 끌려갔었고6ㆍ25 때는양공주 생활을 했던 한여사는 화장에 지극한 정성을 들이며 과거를감춘다.

초정댁은 색욕 때문에 살인까지 저질렀던 과거가 있지만, 나이 여든에도 포르노 비디오에 열을 올리면서 시간을 견뎌나간다.

작가 김씨가 담담하게보여주는 또 다른 두 노인은 종교에 기대고(‘나는 두려워요’), 젊은 날의 독서체험에 의지하면서(‘나는 존재하지 않았다’) 죽음과마주한다.

작가는소설 주인공들처럼 살아온 지난 시간이 돌아보이는 나날에 이르러 육체에 대한 집착을 어쩔 수 없이 절감한다.

노인과 눈높이를 맞춰 함께 좌절하고고통스러워 하는 한편, 육체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같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문체의 변화이다. 인용부호도 단락의 바뀜도 없이 숨가쁘고섬세하게 이어나가는 문장은 기존의 김씨 문체에 익숙해진 독자들을 당황하게 한다.

평론가 김주연씨의 표현처럼 “그가 이제야 소설에서 관능의 의미에 눈을 뜬 것일까. 혹은 감각적인 문체의 세계로전환한 것일까.”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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