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공개된 월드컵 공식 포스터(사진)의 기본개념(컨셉)인 그라운드가 비스듬히 뉘어진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마스코트, 엠블렘과 함께 월드컵 3대 상징물인 포스터는 유일하게 1930년 제1회대회 때부터 도입돼 가장 유서 깊은 상징물로 꼽힌다. 한국과 일본이 포스터에 유난히 품을 들인 건 물론이었고, 내용을 놓고 한ㆍ일 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전개됐다.
당초 국제축구연맹(FIFA)과 마케팅 대행사였던 ISL, 디자인 회사인 영국의 인터브랜드는 지난해 11월 5개 시안을 한국과 일본에 보내왔다. 이번에 포스터로 채택된 그라운드 외에 한ㆍ일 지도 사이에 축구공을 형상화한 작품,축구공에서 빛을 발하는 장면, 축구화를 신고 공을 차는 모습, 관중석에 깃발이 나부끼는 장면 등이 시안의 소재였다.
FIFA는 자체 설문조사 결과 축구장을 소재로 한 게 가장 호응이 좋았다며 이를 강력히 추천했다. 한국과 일본도 역대 월드컵 포스터에서 다뤄지지 않은 그라운드를 소재로 한 포스터 제작에는 찬성이었지만 모양이 문제였다.
FIFA의 시안에는 그라운드가 곧추세워져 있었는데 이 모양이 마치 일본을 연상시키는 날일(日)자와 흡사했던 것이다. ‘日’자 모양의 그라운드 왼쪽 변과 아랫 변이 일장기의 기본 색인 붉은색으로 도안돼 더욱 문제가 됐다.
논란 끝에 한국 조직위의 이호연 디자인과장이 日자 형태의 그라운드를 비스듬하게 놓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결국 이 안이 채택됐다. 한국측은 기본적으로 일본의 색깔로 인식되는 붉은색 사용을 최대한 줄이려고 시도했으며, 특히 센터서클에 자리한 엠블렘 모양이 일장기를 떠올리는 붉은색이 돼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강력히 제시했다.
도안 작업은 지난 6월25일부터 3일간 일본 도쿄에서 이뤄졌는데 참여한 한ㆍ일전문가 2명 모두가 함께 만족하는 작품이 쉽게 나오지 않아 그리고 버리기를 거듭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3일간의 철야작업 중 한지 수천 장이 버려졌을 것”이라며 힘들었던 제작과정을 소개했다.
김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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