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은 9일간 9,280㎞에 걸친 시베리아 횡단여행 끝에 4일 새벽 3시(현지시간 3일 밤 10시)께 모스크바 야로슬라브스키역에 도착했다.러시아 관리들은김 위원장이 체류하는 동안 과도한 경호는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으나, 모스크바 시내는 철도는 물론 일반 교통 마저도 통제되는 등 삼엄한 분위기다.
러시아 보안 당국은 이날 오전부터역 주변을 사실상 봉쇄했으며, 역사 곳곳에서 북한 및 러시아 경호관계자들이 폭발물 탐지 등 수색작업을 펼치는 게 목격됐다.
모스크바 경찰 관계자는“북한측이 모스크바에서 빈발한 폭탄테러에 우려를 표시하며 엄중한 대책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당국은 김 위원장의 도착 4시간 전부터는 역사주변 수백m 이내의 통행을 완전 차단하고, 모스크바 교외선 열차 운행을 중단했다.
김 위원장은 역에서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을 대신한 일리야 클레바노프 부총리의 영접을 받았다.
북측은 당초 푸틴 대통령이 직접 김 위원장을 맞을 것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소식통은 “북측이 푸틴 대통령의 지난해 7월 방북 때 김 위원장이 평양공항에 나가 맞고 대규모 군중 환영행사를 펼친 점을 들며 동등한 대우를요청했으나, 러시아측이 난색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크렘린 소식통은 “김위원장은 장은 이미 파격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면서 “푸틴 대통령은 외국원수의 방문 시 공항에 영접을 나가거나 도착 전에 동행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도착 직후 평양에서 공수된 승용차로 갈아 타고 크렘린궁에 마련된 영빈관으로 향했다.
김 위원장이 묵을 영빈관은 고 김일성(金日成) 주석이 1984년 옛 소련 방문 때 묵었던 곳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언론들은 김 위원장이 4일오후 6시(현지시간 오후 1시)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오전에 붉은광장에 있는 레닌묘와 무명용사 묘역을 방문해 헌화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소련 붕괴 후 외국 국가원수가 레닌묘를 참배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김 위원장은 이어 5일에는 모스크바 외곽에 있는 흐루니체프 우주센터를 방문,3월 태평양에 수장된 우주정거장 ‘미르’의 실물 모형을 둘러본다.
이 센터는 러시아가 자랑하는 로켓인 중형(重型) ‘플로톤’과 소형 ‘로고타’조립 공장을 김 위원장에게 소개하는 것은 물론, 이 센터의 80년사(史)를 담은 영화도 준비하고 있다고 이타르 타스 통신이 전했다.
김 위원장의 방러에 대한 러시아 언론들의 보도 태도는 점점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는 3일 삽화 기사를 통해 “그는 왜 오는가.
북한에는 할 이 없는가”라고 반문한뒤 “기차를 타고 오는 김 위원장에게 전해지는 주민들의 박수 소리는 ‘빨리 떠나라’는 야유이다”고 비꼬았다.
이 신문은 이에 앞서 2일 “김 위원장의 동선은 그 자신만 안다”면서 “김 위원장의 모습을 담을 수 있는 기자는 1948∼50년대에 유행됐던 ‘진품’ 카메라를 소지한 북측 인사 뿐”이라고 소개했다.
3일 모스크바에서 발행되는 러시아 신문 중에는 김 위원장 관련 기사를 찾기 어려웠다.
한편 2일 러시아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가 보도한 김 위원장 일행을 태운 열차의 총탄 흔적에 대해 모스크바 주재 북한대사관 당국자는 “사실이 아니다”며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이 당국자는“열차 주위에는 수백 명의 경비대원이 있다”며 “이번 공식 방문 중에 무슨 일이 일어났다 하더라도 아무도 그런 사건을 촬영할 만큼 가까이 접근할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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