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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드 / 세계 철강업계 '눈치게임'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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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드 / 세계 철강업계 '눈치게임' 치열

입력
2001.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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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계곡에서 벌이는 생존을 건 치킨 게임(Chicken Game).’설비과잉과 가격하락에도 불구하고 누구하나 생산량을 줄이지 않는 세계 철강업계의 현 상황을 시장에선 이렇게 부른다. ‘겁쟁이 게임’이라고도 불리는 치킨 게임은 도로 양쪽에서 충돌 직전까지 차를 달리는 시합으로 핸들을 먼저돌리는 쪽이 지게 된다.

만성적인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폭락으로 ‘죽음의 계곡’을 헤매고 있지만 생산을 먼저 줄이면 패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유일한탈출구인 감산(減産)에는 서로 눈치만 보는 상황에 대한 비아냥이다.

특히 고질적인 공급 과잉으로 미국이 통상법 201조 적용을 위한 조사를 벌이고 EU(유럽연합)와 개도국의 보호주의까지 확산되는 등 통상마찰이 심화하면서 철강감산은 각국정부가 개입된 통상분쟁으로 비화됐다.

이를 빌미로 업체들은 ‘공’을 각국 정부에 떠넘겨 놓은 상태. 하지만 비슷한 감산 논의가 진행중인 반도체와 달리, 철강은 소재산업이자 기간산업으로 어느 나라건 산업 경쟁력 전략의 중심에 놓여있기 때문에 서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정부 입장에선 이해관계가 달라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 얼마나 남아도나

미국의 철강산업 조사전문기관인 월드스틸 다이내믹스(WSD)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연간 세계 철강 소비는 8억4,000만톤에 불과하지만 생산설비 능력은 10억3,000만 톤에 이른다.

결국 1억9,000만톤이 과잉 공급됐다는 얘기다. WSD는 2005년까지 1억7,000만~1억9,000만톤규모의 공급 과잉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급과잉은 선진국과 동유럽 등에서 더욱 심해 지난해말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9,200만톤이 과잉설비로 분류된 반면 개발도상국들은 오히려 1,100만톤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 가격폭락과 혹독한 경영난

공급과잉에다 경기불황에 따른 철강수요 감소는 철강제품값 폭락을 초래했고 가격 하락은 기업의 수익성 악화를 가져오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었다.

자동차용 냉연강판 가격이 80년 1톤당 367달러였지만 올 상반기에는 296달러까지 떨어지는 등 철강 제품 가격은 이미 20년 이래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97년 이후 19개 미국 철강업체가 파산했고, 올해 들어서도 6개 업체가 파산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다. 미국2위의 철강업체인 베들레헴사는 올 1ㆍ4분기에 적자로 돌아섰다.

일본 업체들도 다급하기는 마찬가지. 올 1분기 신일본제철과 NKK 2개 업체는 흑자를 기록했지만 가와사키제철(276억엔)·고베철강(606억엔)등은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5개 일본 고로업체의 총적자 규모도 624억엔에 달했다. 포철도 예외는 아니어서 상반기 순이익이 73.3%나 줄었고3년 연속 1조원을 넘었던 순이익이 올해는 8,110억원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 명분과 실리가 다른 세계

주요 철강업체들의 모임인 국제철강협회(ISSI)는 지난달 회장단 회의에서 “지난해 생산량의 10%를 과잉으로 보고 감산하거나 폐쇄해야 질서 있는 시장이 가능하다”는 쪽으로 감산 필요성에 의견을 같이 했다.

회장단들은 이와 함께“다자간 협상에 주요 철강 생산국 정부가 신속하고 긍정적으로 대응해줄 것”을 요청했다.

각국 정부도 감산 필요성에는 동의하고 있다. 미국은 폴 오닐 재무장관이 직접 과잉설비 해소를 위한 다자간 협상(MSA)을 각국에 건의했다.

통상법 201조 발동을 통해 수입을 규제하면서 정부 압박을 통해 감산을 유도하는 이중 작전을 쓰는 셈이다.

이에 대해 유럽쪽에서는 “무역분쟁의 위험을 회피하려는 수순”이라며 ‘양날의 칼’을 휘두르는 미국에 부정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올해초 감산계획을 발표했던 신일철 등 일본업체들도 생산량을 줄이기는 커녕 통합화 대형화를 통해 생산량을 오히려 늘리고 한국과 동남아 지역으로 수출물량을 늘리고 있다.

조강 생산 2위인 포철은 “치킨게임에서 경쟁력 없는 업체가 도태될 경우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며 다소 느긋한 입장이다.

유상부(劉常夫)회장은 “철강가격이 더 하락해도 생존은 물론 이익을 낼 수 있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며 “하지만 철강업계의 질서 있는 시장을 앞당기기 위해 우리정부도 나서서 국내 자율구조조정을 중재하는 한편 통상마찰을 빚고 있는 국가간, 또 다자간의 감산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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