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바람이 건물임대료까지 올려놓으면서 건물주들의 횡포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건물주들이 임대차 보호기간 중에 있는 세입자를 쫓아내고 폭등한 전세값으로 새로 계약하거나 월세로 전환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기존 세입자를 괴롭히고 있는 것.
전국임차상인연합회가 3일 공개한 다향한 피해사례는 건물주들의 횡포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연합회는 이에 따라 이날집회를 열어 상가임대차보호법 제정 등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 세입자 사생활 엿보기
신모(49ㆍ서울광진구)씨는 보증금 2,300만원, 권리금 6,800만원, 시설비 1억 1,000만원을 들여 12년째 같은 곳에서 빵집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건물주가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며 나가줄 것을 요구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재계약을 해준다는 약속을 철석같이 믿었던 신씨는 5,000만원을 추가로 투자한 상황이었다.
신씨는 “건물주가 신규 세입자에게 거액의 임대료를 챙길 생각으로 재계약을 거부했다”며분통을 터뜨렸다.
같은 상가 10개 업소 중 3곳의 세입자들이 주인의 등쌀을 이기지 못해 가게를 내놓는 등 상황이 급박해지자 신씨는 법률 자문을 구해 건물주에게 강력한 항의 표시를 했다.
건물주는 이에 대응, 신씨의 가게 주변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 건물 경비원의 귀띔으로 뒤늦게 이를 안 신씨가 건물주에게 따지자 건물주는 “주차 감시용일 뿐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발뺌했다.
현재 신씨는 “카메라의 위치와 쓰임새로 보아 감시용일 가능성이 있다”는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사생활침해 소송을 준비 중이다.
■ 각종 공사로 세입자 영업 방해
횟집을 운영하는 양모(55ㆍ서울 동대문구)씨는 최근 스스로 영업을 중단했다.
6월20일 건물 주인이 바뀌면서 갑작스럽게 시작된 리모델링으로 영업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양씨는 “매일 쏟아지는 먼지와 소음 때문에 손님마저 끊겼다”며 “주인에게 따지면 임대료 100% 인상을 요구하거나 나가라고 배짱을 부린다”고 불평했다.
■ 터무니없는 임대료 인상
조모(서울 강남구)씨는 얼마 전 건물주의 강요로 올려준 임대료 부담 때문에 계속 적자를 보고 있다.
건물주가 건물에 새로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면서 임대료를 인상, 임대료 및 부가세가 1,650만원에 이른다.
조씨는 “쫓겨나지 않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임대료를 올려줬지만 이후 매달 500여 만원의 적자가 쌓이고 있다”며 “쏟아부은 시설비 때문에 나갈 수도 없는 처지”라고 애를 태웠다.
고찬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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