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번개와 소나기 끝에 일진광풍이 지나간 뒤 초동이 산 속에서 펄떡이는 것을 잡아 왔다는 붕어와 가물치를 놓고 말싸움이 붙었다.“냇가에서잡아 와 놓고 거짓말을 한다”는 동무의 타박에 초동은 “사실이 아니면 손가락에 장을 지지겠다”는 말로 진실을 맹세했다.
하늘에서 물고기가 쏟아져 내렸다는 성경 구절을 인용한 어른의 판정으로말싸움은 멎었다. 그러나 산에서 물고기를 잡아 왔다는 말이 동무에게는 아무래도 믿어지지 않았다.
■믿을 수 없는 이 현상은 회오리 바람이 한 일이다. 기압배치가 불안한 여름날 저기압 상태에서 나선형으로 빠르게 회전하는 공기가 거대한 바람기둥 모양으로 질주하면서 빨아올린 물체를 떨어뜨리고 지나간 것이다.
좀 세력이 약한 현상은 회오리 바람(旋風)이라 한다. 강한 것은 용 오름이라 하는데, 웬만한 사전에는 나오지 않는 말이다.
그리흔하지 않은 탓이다. 그러나 토네이도(Tornado)란 영어와 다쓰마키(龍卷)란 일어는 공포의 대상이다.
■토네이도가 얼마나 무서운 기상현상인지는 강조할 필요도 없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미대륙과 유럽 해안지역에서는 번개만 쳐도 주민들은 공포에 떤다.
워낙 갑작스런 광풍이어서 예보도 불가능한이 바람은 트레일러를 감아올렸다가 지붕 위에 떨어뜨리는 위력을 갖고 있다.
한번 지나가면 20~30명의 사망자가 나는 것이 보통이고, 수백 수천동의 건물피해가 난다. 일본과 중국에서도 그런 피해가 종종 일어나 우리의 관심을 촉발하곤 한다.
■ 근년 우리 나라에서도 비슷한 바람이 일고 있다. 1일 경기 파주시 광탄면 영장2리를 스치고 간 광풍에 주택 20여동과 공장 4동의 지붕이 날아가거나 주저앉았다.
밑둥 지름1m짜리 느티나무가 뿌리째 뽑히고, 승합차가 뒤집혔다. 작년 9월1일에는 남제주군 남원읍 위미리 바닷가 마을 주택 80여동이 그런 피해를 입었다.
기상청은 피해 정도로 보아 본격적인 토네이도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하지만, 지금껏 없었던 현상임에는 분명하다. 부쩍 잦아진 기상이변에 제대로 대비는되고 있는지 불안하다.
문창재 수석논설위원 cjm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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