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4일 정상회담에서 주목되는 것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언급이다.푸틴 대통령은 남북대화 재개가 한반도 평화에 긴요하며 이를 위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일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의 권유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따라 베일에 가려져 있는 서울 답방의 윤곽이 일부나마 드러날 수도 있다.
모스크바의 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문제가 구체적으로 공동선언에 명시될 지는 불투명하다”면서도“푸틴 대통령은 남북대화가 재개돼야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연결 사업 등 본격적인 경제협력이 가능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입장에서도 철도 현대화 등 실리를 취할 수 있기 때문에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러를 계기로 남북 대화에 전향적으로 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상회담은 한반도 문제를 제외하면 반미(反美) 성토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미국 주도의 패권적 ‘힘의 정치’에 반대하고,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할 전망이다.
반미에 대한 북러 양국의 이해관계는 서로 다른 각도에서 일치한다. 북한은 러시아를 지렛대 삼아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관계에서 탈출을 시도하려 하고 있고, 러시아는 북한의 공조를 계기로 미국의 MD에 다시 한번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겠다는 입장이다.
모스크바 외교소식통은 “북러 정상은 마주앉아 현안을 논의하겠지만, 한결같이 미국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미사일 문제를 다시 부각시킴으로써 미국과의 협상재개 가능성을 적극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방러에 맞춰 대미 비판 수위를 한층 높이고, 2일 미사일 개발이 자주권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새삼 선언한 것도 대미압박용 ‘화해전술’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이다.
이에 따라 북러 정상이 북한 미사일 계획이 ‘순수히 평화적인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공동선언에 명시할 가능성도 있다.
또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의 유지가 필요하며, 미ㆍ러간 2차 전략무기 감축협정(START-Ⅱ)의 조속한 발효 및 3차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Ⅲ)의 체결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공동선언에는 옛 소련시절 건설된 북한내 주요 공장ㆍ기업소의 현대화 계획, 대학생 및 연구인력교류 등 쌍방간 협력 문제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푸틴대통령의 방북당시 발표된 북ㆍ러 공동선언은 11개항이지만, 이번에 발표될 선언은 그와 비슷하거나 다소 많은 12~14개 항목으로 구성될 것으로 외교 소식통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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