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니아내전 당시 8,000여명의 이슬람계 민간인을 집단처형한 ‘스레브레니차 학살’의 책임자인 세르비아계 장군에 대해 처음으로 집단학살(genocide)죄가 적용돼 국제 전범 재판이 역사적인 큰 획을 긋게 됐다.유엔 구유고전범재판소(ICTY)는 2일 1995년 7월 보스니아의 스레브레니차에서 전쟁에 동원될 수 있는 나이의 이슬람계 남자 8,000여명에 대한 ‘말살 작전’을 지휘한 라디슬라프 크르스티치(53)에게 집단학살죄를 적용, 징역 46년형을 선고했다.
집단학살죄가 실제로 적용된 것은2차 대전 종전 이후인 1948년 집단학살죄를 규정한 유엔의 집단학살국제협정이 체결된 이후 처음이다. 1946년 뉘른베르크 재판에 회부된 22명의 나치 전범에게 적용된 혐의는 ‘집단학살’이 아니라 ‘반인도범죄’였다.
95년 7월11일 유엔이 ‘안전지대’로지정한 이슬람 거주지역 스레브레니차를 점령한 보스니아 세르비아계의 ‘드리나’부대는 5일 동안 노약자와 여성 3만 여명을 추방하고 남자8,000여명을 살해, 조직적인 인종청소를 감행했다.
유대인학살이후 유럽에서 발생한 최악의 민간인 학살사건으로 기록된 이 사건의 희생자중 지금까지 4,000여명의 시신이 발굴됐으며 아직도 다수가 실종 상태이다.
ICTY는 지난해 3월부터 생존자등 116명의 증인으로부터 증언을 채집하고 현장 조사를 벌여 지휘관이었던 크르스티치가 작전계획의 수립과 집행에 관여했으며, 살인을 저지른 뒤에도증거를 은폐하기 위해 시신을 여러 곳으로 이장한 혐의를 확인했다.
법정에서 크르스티치는 상관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을 주관한 알미로 로드리게스 판사는 “이슬람계 남자를 살해하고 여성과 어린이들을 추방하라는 명령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았다 하더라도 집단학살죄를 면할 수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세르비아계 지도자였던 라도반 카라지치가 크르스티치를 “특별한 일을 한 위대한 사령관”이라고 칭송했던 점으로 미뤄 그가 학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음을 확신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슬로보단 밀로셰비치전 유고 연방 대통령 뿐만 아니라 수배중인 학살사건의 주범 라트코 믈라디치와 카라지치의 재판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칼라 델폰테 ICTY 수석검사는 99년 코소보사태 당시의 반인도범죄 혐의로 기소된 밀로셰비치에게도 집단학살 혐의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 대해 유엔과 미국등 세계 각국은 일제히 환영했으나 보스니아의 이슬람계 피해자 유가족 등은 종신형이 선고되지 않은 데 대해 분노를 표시했으며 세르비아계는 판결을 비난했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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