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 안전청이 성 관계후 72시간내에 복용하면 임신을 방지할 수 있는사후 피임약의 수입, 시판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약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종교계는 “사후피임은 생명을 죽이는 낙태와 다를 바 없으며 성문란을 부채질할 우려가 있다”며 적극 반대하고 나섰고, 의학계도 “약의오남용이 우려된다”며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반면 여성단체나 가족보건복지협회, 청소년보호위원회 등은 “원치않는 임신으로 고통 받는 여성들을 위해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찬성] 원치않는 임신 여성증가 장애인·청소년 피해 심각…
사후피임약 시판의찬반논란은 이상과 현실간의 복잡한 갈등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생명 존중을 위해 사후피임약 시판을 반대하는 이상론측 주장처럼, 생명을 중시하는것이 우리 사회가 궁극적으로 달성해야 할 목표라는 데에는 근본적으로 뜻을 같이한다.
그러나 우리가 처한 현실을 들여다보면, 이상의 추구에 앞서현실에 처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문제가 더 시급하고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사회의 테두리 안에서우리가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존중해주어야 할 대표적인 사회적 약자로는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인해 고통을 겪는 여성들이다.
2000년도 성폭력 범죄가'1995년에 비해 60.4%가 증가한 9,775건에 이른다는 수치는 성폭력 등으로 인해 원하지 않는 임신 가능성이 점차 증가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장애인 여성의 경우는 일반 여성보다도 성폭력 등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 본인의 의지로 피임을 하거나 성폭행, 강간등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에는 힘이 부족하므로 이들 또한 우리가 보호해야 할 약자들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아무런 준비 없이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는 청소년들 또한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나마 임신 후 낳아서 기르거나 입양을 선택하는 경우는10대 임신경험자 중 8%에 지나지 않고 다수가 합법 또는 불법의 낙태를 선택하였다는 표본조사결과도 있으며, 매년 낙태시술이 100만 건 이상이루어진다는 보고도 있다.
이러한 낙태시술은 많은 여성들에게 심각한 정신적, 신체적 피해를 가져온다. 특히 무자격자에 의한 시술이나 잘못 유통되는약물 복용 그리고 주위의 시선 때문에 낙태 후 충분한 요양을 하지 못한 청소년들의 경우는 그 피해가 더욱 심해 향후 생명잉태의 기회마저 앗아가기쉽다.
물론 성적 윤리가 결여되어 가는 우리 사회가 이 약을 큰 충격과 혼란 없이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단계적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
전문의에 의한 제한적 투약을 통해약의 무분별한 오ㆍ남용을 막으며, 의사 약사 사회학자 등 전문가 집단의 진지한 토론을 통해 부정적 영향에 대한 차분하고 신중한 대처방안이 마련되어야할 것이다.
이와 함께 절제된 성생활을 위해 보다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성교육이 실시되어야 하며, 장애인시설의 책임자나 학교장, 교사, 양호 교사들의책임 있는 역할도 필수적이다.
또한 사회 전체가 바람직한 성문화를 이루어 생명을 존중하고 건강한 부모가 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어야 하겠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오랜 논란 끝에 사후피임약의 시판을 허용하고 있으며, WHO와 세계가족연맹 등도 오남용을 막는 범위 내에서 이 약의사용을 찬성하고 있다.
이는 시급한 사회문제 해결에 노력을 기울이면서 동시에 생명존중의 이상을 구현하기 위해 힘겹게 내어놓은 절충적 대안이 아닐까한다.
/ 김성이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
[반대] 낙태와 같은 일종의 살인 여성에 복용감은 역효과…
사후피임약 노레보정은 72시간 안에 복용하면 수정란의 자궁내막 착상을 방해하고초기 배아의 발육생장을 돕는 여성호르몬 '프로게스테론'의 분비를 차단시킨다.
이 약이 수입되어 시판된다면 원치 않는 임신으로 인한 낙태의 부담이 없어질 뿐만아니라, 임신에 대한 두려움 없이 사랑을 나눌 수 있게 되며, 미혼모나 사생아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긍정론도 있다.
임신으로 인해 사회 경제적으로나윤리적인 책임까지 혼자 감당해야 할 여성들의 입장에서 보면 원하지 않는 임신에 따른 낙태 또는 출산에 따른 제반 문제에서도 해방될 수 있다는 안전장치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후피임약은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오히려 그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인간의 생명은 누구나 존엄하고 고귀한 것이다.
생명은수정과 동시에 시작되는 것인데 사후피임약은 이미 수정된 수정란의 자궁 내막 착상을 방해하고 폐사 시킴으로써 수정된 생명을 죽이는 낙태제로서 작용한다.
최근에 제정된 생명윤리기본법 시안에도 인간의 생명은 수정 순간부터라고 분명히 정의되어있다. 사후피임약은 수정된 태아를 죽이는 것이며 이는 생명의존엄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낙태를 살인이라고 하는 입장에서 보면 사후피임약은 살상약의 일종인 셈이다. 따라서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를 조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임신으로부터의해방’은 기혼과 미혼을 가리지 않고 만연되고 있는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성 관계를 묵인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또한 부적절한 성교에 의해 파생되는 책임이 여성에게 돌려지고, 파트너로부터 이 약의 복용을 강요 받게 될 것이며 피임의실패와 낙태 또는 출산에 대한 비난도 여성이 감내해야 된다.
여성에게 임신의 두려움에 대한 해방과 안전 장치로서, 선택을 돕는 것이 아니라 여성에게강요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또 호르몬제이니 만큼 오ㆍ남용에 따른 부작용으로 인해 건강을 해칠 수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더 우려할 일은 청소년들에게까지이런 성 윤리관을 형성케 하고 심각한 지경에 이른 청소년 성매매를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혹자는 사후피임약의 수입 시판에 대한 ‘반대와 찬성’은 ‘이상과 현실’의문제라고 말한다. 현실을 인정하고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 찬성론의 궁극적인 요지이다.
개방적인 성윤리는 세계적인 추세이며우리도 이미 그 권역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문란한 성윤리의 결과를 웅변으로 보여주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소돔과 고모라는 물론이고폼페이, 로마제국의 몰락도 그렇다. 이상과 현실이 갈등할 때 이상을 선택할 줄 아는 것이 바로 인간의 현명함이며 특권이 아니겠는가?
특히 청소년들에게빗나간 성문화에 적응하는 방법을 따라 배우도록 할 것이 아니라 건전한 성윤리를 적극적으로 가르쳐야 할 것이다.
/ 박영률 목사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총무
■피임약 노레보정은 두번복용에 피임효과 오남용땐 부작용 우려
현대약품이 수입 시판하기 위해 식품의 약품안전청에 신청한 사후 피임약은 프랑스 HRA사가 개발한 노레보정.
초기 배아의 발육생장을 돕는 여성호르몬 '프로게스테론'의 분비를 차단하고, 수정란의 자궁내막 착상, 즉 임신을 방해하는 호르몬 약품이다.
1996년 미국 FDA의 승인을 받은 이후 미국, 유럽 등지에서판매되고 있으며 가톨릭 국가인 프랑스에서도 청소년의 낙태방지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있을 정도다.
노레보정은 수정란이 착상된후에는 효과가 없기 때문에 성교후 72시간 안에 한알을 복용하고, 12시간 후에 또 한 알을 복용한다.
피임효과는 90%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먹는 피임약’과 성분이 비슷하나 매일 먹어야 하는 피임약과 달리 두 번 복용에 피임효과를 거둘 만큼 고함량의 호르몬제이다. 이 때문에 의학계에서는 오남용시의 부작용을우려하고 있다.
반면,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는 이를 ‘응급 피임약’이라고 부른다.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 응급한 상황에서만 조치하는 약이라는 뜻이다.
성폭행을 당했거나 미혼모일 경우 등 불가피한 경우에 낙태를 하는 것 보다는 덜 위험하다는 주장이다.
‘임신하지 않을 권리’를 주장해온 여성계도 약품의 안전성이 보장된다면 시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수적 견해를 표방해온 청소년보호위원회도 청소년, 성폭행 피해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당하는 현실적 고통을 내세워 엄격한 통제 아래서 시판하는 것이 오히려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사후 피임약이 성 문란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성교육과 치료행위는 별개의 문제라는 점과 엄격한 통제아래 시판되면 우려할 것은아니라는 반론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종교계의 입장은 보다 근본적이다. 낙태보다 나을 지 모르지만 어차피 수정란을 죽이는 것은 생명파괴행위의 일종이라는 주장이다.
사후피임약 수입 논란은 최근 배아복제 논란에 이어 다시 한번 인간의 생명체의 출발점에 대한 논쟁을 촉발시키고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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