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담당 기자에게는 매주 100권 이상의 신간이 날아옵니다. 그 많은 책 중에서 무엇을 골라 소개할 것이냐.그게 늘 고민입니다. 절반 이상은 오자마자 쓰레기통으로 갑니다. 함량 미달이거나 횡설수설인 책들이지요.
알맹이는 빈약한데 포장만 호화 찬란한 책, 아주 유명한 학자가 길게 추천사를 쓴 별 볼 일 없는 책도 주저 없이 쓰레기통으로 던져 버렸습니다. 그런 책들을 만드는데 쓰인 종이를 생산하기 위해 베어진 나무들을 애도합니다.
반면 양서를 발견하면 반갑습니다. 그 중에는 장사가 될 법한 책이 있는가 하면,애당초 많이 팔리기는 틀렸다고 보이는 것도 있습니다. 그런 책을 쓴 저자와 펴낸 출판인의 노고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금주에 나온 ‘한국출판연감’을보니, 2000년도 신간 도서 발행 부수가 1999년보다 9.8% 감소한 744만권이라고 합니다. 종류별 증감률에서는철학이 44.3%로 가장 크게 줄어 철학의 인기 추락을 실감케 합니다.
국내 서점도 1996년 이후 매년 200~300개씩 없어지더니 지난해는 무려1,136개나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아이구, 큰일 났다 싶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744만 권이라…. 줄었다곤 하지만 참 많군. 그중 진짜 양서는 몇 권이나 되며, 쓰레기로 분류될 책은 또 얼마나 될까.
이사를 할 때면 제일 무거운 짐이 책입니다. 왕창 버리는 게 상수이지요. 무엇을 버릴까 또 고민하게 됩니다. 그렇게 추리고 또 추려서 살아 남는 책이 많으면, 마음이 뿌듯해집니다.
흠, 괜찮은 선택이 꽤 많았군 하고 안심하는거지요. 좀 더 욕심을 부리자면, 무인도에 버려져도 이 책 한 권만 있으면 괜찮다고 느낄 만큼 절박하게 사랑하는 책을 건졌으면 합니다. 그런 책을 만나고 싶습니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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