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마피아’의 마지막 대부(代父)마저 마침내 권좌에서 내려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사마란치’의등식을 낳았을 정도로 21년간 IOC를 통치해온 사마란치의 퇴임은 ‘라틴마피아시대’의종언(終焉)을 의미한다.현재진행형이었던 국제스포츠계의 세대교체가 외형적인 마무리를 끝내고 한층 성숙된 단계로 접어들게된 것이다.
지난달 16일 모스크바에서 자크 로게(57ㆍ벨기에)에게 IOC위원장직을 넘겨준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81ㆍ스페인), 24년간 국제축구연맹(FIFA)을 이끌다가 1998년 물러난 주앙 아발란제(86ㆍ브라질), 17년간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을 좌지우지 하다가 99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등진 프리모 네비올로(당시 76ㆍ이탈리아)- 셋은 돈, 정치, 예술, 섹스, 스포츠가 세상의 키워드로 자리잡은 20세기 후반 국제스포츠계에서 소위 ‘라틴마피아시대’를 열고 이끈 대부였다.
올림픽, 월드컵, 국제육상선수권대회는 지구상에서 가장 영향력이 크고 인기가 높은 스포츠제전이다. 즉 국제체육계를 움직이는IOC, FIFA, IAAF를 이들이 차례로 한 세대 가까이 지배해온 것이다.
권력의 크기로 보면 사마란치, 아발란제, 네비올로 순이었지만 이들은 영향력 유지와확대, 그리고 사적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상호협력체제를 구축했다.
오죽하면 세계체육계에 대한 이들의 공헌에도 불구하고 마피아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가꼬리표처럼 붙어다녔을까.
국제체육계에서 미국의 발언권은 거의 먹혀들지 못한다. 미국의 TV와 다국적기업이 가장 탄탄한 돈줄이고 미국선수들이 올림픽이나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획득하고 있지만 미국은 들러리에 불과하다. 사마란치, 아발란제, 네비올로의 그늘이 워낙 넓어 끼어들 틈이없었다.
셋은 자기가 맡은 조직 또는 종목을 ‘황금알을낳는 거위’로 키운 재능과 더불어 절대 2인자를 용납하지 않는 강력한 카리스마와 권위주의적인 성격을 공통적으로갖췄다. 사마란치와 아발란제는 친구 이상의 관계를 형성했다.
둘은 독일의 다국적 스포츠용품회사인 아디다스의 홀스트 다슬러회장과 손잡고 올림픽과월드컵을 달러박스로 만들었다. 네비올로는 사마란치의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는 92년 사마란치의 추천으로 IOC위원에 피선됐고 자신의 입지를 더욱공고하게 할 수 있었다. 사마란치를 마지막으로 3명의 대부는 국제체육계의 전면에서 사라졌다. 이른바 세대교체가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부정적인시각도 만만치 않다.
사마란치와 아발란제가 퇴임에 대비한 포석으로 자신이 점 찍은 인물을 후임에 앉혔기 때문이다. 그것도 모자랐던지 사마란치는아들을 IOC위원으로 밀어넣었다. 둘의 퇴장과정은 결코 아름답지 못했다.
김운용(金雲龍) 대한체육회장 겸 IOC위원은 지난달 모스크바 IOC총회에서 치러진8대위원장 선거에서 사마란치의 개입으로 아깝게 자크 로게에게 고배를 마셨다.
김 회장은 패배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할 일이 많다. 지금 우리 체육계에는그의 뒤를 이을 ‘2인자 그룹’이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국제무대에서 통할만한 체육분야의 인적자원이 풍부한 것도 아니다. 김 회장은 자신을 대신할인재를 지금부터 키우는 후견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체육계 안팎의 대체적인 여론인 것같다.
김 회장은 거의 혼자 힘으로 자신과 한국스포츠의 위상을끌어올렸다. 그러한 과정에서 축적된 지혜와 경험을 체육계 전체의 자산으로 환원시킬 경우 우리 체육인들은 보다 효율적으로 국제무대에서 경쟁하고 성장할수 있을 것이다.
이 기 창ㆍ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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