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념(陳稔)경제부총리겸 재정경제부장관이 7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다.취임 다음날부터 경질을 걱정해야 하는 우리나라 고위직 인사풍토에서 1년이면 ‘롱 런(long run)’에 속한다. 현 정부 역대 경제팀장중 1년을 넘긴 경우는 이규성(李揆成ㆍ1년3개월)장관 뿐이며, 강봉균(康奉均)ㆍ이헌재(李憲宰) 장관은 8개월, 7개월도 채우지 못했다.
경제팀장은 종종 야구의 투수에 비유되는데, 유래는 문민정부 말기의 강경식(姜慶植) 부총리에서 비롯됐다. 직선적이고 원칙론적인 성격상 강 부총리는 ‘선발’형이었지만 주어진 역할은 ‘마무리’였고, 결국 제구력 없이 강속구만 뿌려대다가 환란까지 맞았다.
당시 관가에선 “차라리 개혁과 사정으로 몰아붙이던 정권 초에 강 부총리를 선발로 쓰고, 초대 이경식(李經植) 부총리에게 소방수 역할을 맡겼다면 결과는 나았을 것”이란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현 정부에서 ‘드림팀’으로 평가받는 초대 경제팀의 이규성 장관은힘 보다는 경험과 관록으로 끌고 가는 스타일이었다.
강속구 투수는 아니었지만, 관중(국민)의 일방적 응원 속에 감독(대통령)이전권을 행사하고 야수(경제장관)들도 일사불란했던 만큼 그는 선발소임을 마치고 명예롭게 마운드를 내려올 수 있었다.
두번째 투수였던 강봉균 장관은 다소 고집스럽긴해도, 힘과 두뇌를 겸비한 인물이지만 공 몇 개 던져보지도 못한채 정치권으로 트레이드(총선출마)됐다.
후임 이헌재 장관 역시 몸도 풀어보지 못하고 중도하차했다. 힘으로 밀어붙일 때와 맞춰 잡을 때, 사구(四球)로 내보낼 때를 누구보다 잘 아는 ‘게임의 달인’이었지만, 비(非)창단멤버로 태생적 기반이 취약했던 그는 악화하는 정치ㆍ경제적 상황돌파를 위한 ‘팀 분위기 쇄신’바람에 밀려 옷을 벗고 말았다.
진 부총리는 선발형은 아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중간계투나 마무리형이다. 경기장 밖(해외경제) 사정이 워낙나쁘고 관중 야유도 많지만, 1년째 ‘롱 릴리프’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은 어쨌든 상대적으로 호투한다는 증거다.
점수는잃었어도, 다 ‘자책점’으로 볼 수는 없다. 진 부총리가 과연 몇 회나 더 던질지, 혹은 마무리까지 맡을수 있을지, 패전투수가 될 지 아니면 역전 승리투수가 될 지 지켜볼 일이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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