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마(魔)의 3분기’ 첫 수출 성적표는 참혹했다.7월 수출증가율 -20.0%는정부가 1967년 월별 수출통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이후 최악의 실적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지난해 3분기가 워낙 호황(수출증가율 26.5%)이었던 탓도 크지만, 정보기술(IT)경기 및 선진국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깊은 골을 치닫고 있고 정부 전망처럼 4분기 이후 회복 역시 낙관할 수없는 상황이어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 ITㆍ선진국 경기 더욱 악화
지난 6월 11억6,000만달러였던 반도체의 지난 달 수출 실적은 9억 달러. 전년 동기(24억달러)에 비해서는 무려 15억달러(63%)가 감소했다.
하이닉스반도체의 감산이 본격 반영되는 이 달부터는 감소폭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컴퓨터도 지난해 동기비 37%가 줄어든 7억5,000만달러에 그쳤다. 정보기술(IT) 분야의 대표주자인 이들 품목의 수출 감소분(약 20억 달러)만합쳐도 전체 수출 감소분(약 28억달러)에 육박한다.
우리 수출에서 IT업종과 대미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약 40%와 21.8%. IT업종의대미 수출비중 역시 무려 30.4%에 달한다. 한마디로 IT의존ㆍ대미의존 수출구조가 바뀌거나, 미국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한 우리 수출의 호전전망은 없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뿐 아니라 세계 경제의 3대 축인 일본도 지난 1분기 GDP성장률이 마이너스(-0.8%)로 돌아섰고,독일 역시 6월 산업신뢰지수가 96년 8월 이후 최저치인 89.5를 기록했고, 내부적으로는 철강 유화 섬유 등 전통 주력산업도 단가 하락의 늪에서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 수입구조도 갈수록 기형화
수출과 설비투자 위축에 따른 기계류 통신기기 전자부품 수입은 23.8%가 줄어3월 이후 두자릿수 감소 행진을 지속했다.
또 원자재(-11.3%) 감소 폭도 다시 두자릿수로 반전,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에 대한 우려를 낳고있다. 반면에 소비재는 올들어 지속적으로 증가, 지난 달 6.4%를 기록했고 이를 컬러TV(194.5%), 승용차(22.3%) 등 사치성 내구소비재가 주도했다.
산자부는 4월 이후 수입감소가 원유가 하락 등 단가요인보다는 물량감소 요인이 점차 크게 작용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 지금이 바닥?
산업자원부는 6,7월 이후 주력 수출품 가격하락세가 진정되고 있는 만큼 4분기부터는 플러스로 반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15인치 LCD 가격의 경우 지난해 12월 개당 402달러에서 지난 6월 280달러로 급락한 뒤 최근 시세가 횡보하고 있고, 아연도 강판 역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 역시 128메가D램의 경우 지난해 7월 17.74달러에서 지난 달 1.74달러로 급락했으나 추가 하락하더라도 그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
산자부 김칠두(金七斗) 무역투자실장은 “올들어 7월까지 수출증가율이 -7.1%를 기록하고 있지만 4분기부터 본격 회복세를 보일 경우 정부 전망치(0.4%) 달성은 가능할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바닥을 쳤다고 하더라도 U자형(혹은 V자형) 반전 성장 가능성은 희박하다는게 민간 연구기관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4분기 이후 나아지기는 하겠지만 지금보다 낫다는 것이지 가시적인 회복세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
LG경제연구원김기승 연구위원은 “정부의 수출 플러스 성장 전망은 미국의 경기부양시책 효과 가시화와 반도체 단가 상승등에 근거한 지나친 낙관론”이라며 “미국 IT경기는 그간의 과잉투자와 재고해소 등을 감안할때 내년 하반기에나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줄어든 세계교역…커지는 통상마찰
세계 경기침체와 교역 격감의 여파가 각국간 통상 마찰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대다수 업종에서 경합하고 있는 중국 일본 대만 등 경쟁국들의 수출증가율 감소는 해외시장 확보전의 과열ㆍ확전 양상으로 비화할 조짐이어서 덤핑 경쟁에 따른 국내 수출업체의 채산성 악화도 우려된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최근 올 세계 교역신장률을 당초의 12%에서 7%로 대폭 낮췄고, 세계 교역시장의 17% 비중을 차지하는미국의 수입증가율은 지난 해 18.7%에서 지난 4월 6.8%로 감소한 뒤 5월(0.7%)이후 횡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초 30%대를 웃도는 수출증가율을 보였던 중국은 지난 5월 3.5%로 급격히 둔화한 뒤 6월에는 0.6%로 내려섰고, 대만도 1분기 4.0%였던 수출증가율 하락 폭이 갈수록 커져 5월이후 두자릿수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 일본 역시 지난 6월 19.0%를 기록,경기회복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이 날 ‘통상마찰 확대 전망’ 보고서를 내고 “중국등 개발도상국 수입규제 건수가 사상 처음 선진국 규제건수를 초과하는 등 교역침체에 따른 보호무역주의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고분석했다.
특히 우리 수출상품에 대한 외국의 수입규제는 7월 현재 88건으로 지난해 전체(86건)를 이미 넘어선것으로 집계됐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세계 교역시장이 업종을 불문하고 공급과잉에 따른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자칫 물량 위주의 수출경쟁에 뛰어들 경우 덤핑피소 등 통상마찰에 노출될 뿐 아니라 중ㆍ장기적으로 한국 제품에 대한 이미지도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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