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조차도 드림웍스의 교묘한‘뒤집기’전략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올 여름. 드림웍스와 디즈니, 그리고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이 살아남을수 있는 방법은?“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국산 애니메이션으로는 유일하게 개봉하는 ‘별주부 해로’(제작 ㈜한신코퍼레이션)가 제시하는 해답이다.
유럽과 남미에 115만 달러 수출계약을 맺는등 해외시장을 일찌감치 개척한 ‘별주부 해로’는 친숙한 우리 고전 ‘별주부전’을 끄집어냈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토끼의 간을 찾아 나선 거북해로의 신나는 모험을 만화로 탈바꿈시켰다.
옛날옛적의 바다 속 용궁나라.용왕이 원인모를 병에 걸렸다. 치료약은 토끼의 간. 충신 거북 태극장군의 아들 해로가 토끼의 간을 구하기 위해 육지로 떠난다.
거북이 토끼를 꼬드겨용궁으로 데려오는데 성공하지만 토끼가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벗어나는, 이야기 골격은 ‘별주부전’그대로다.
그러나 거북 해로와 토끼 토레미는 숲의드래곤이 지키고 있는 기적의 열매를 찾아 모험을 하면서 고락을 나눈 사이. 이들의 우정이 원작과 다른 결말을 유도한다.
수채화 같은 색감과 깜찍한 동물캐릭터는만족스러운 수준이다. 해로는 순진하고 멍청한 거북의 이미지 대신 우정과 임무 사이에서 고민하며, 진정한 영웅으로 성장하는 캐릭터로 변신했다.
해로의영어이름은 영웅을 뜻하는 hero. ‘개구리 왕눈이’를 닮았다. 토레미의 고민은 현실적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되는 집단 따돌림의 주인공이지만,당찬 토끼소녀로 그려진다.
하늘을 날고 싶다는 꿈을 꾸는 타조(듀지), 짓궂은 삼총사 너구리(포롱이)와 고양이(뚱치)와 겁 많은 하마(붐부코)등 해로와 모험을 떠나는 육지동물들도 매력적이다.
‘매트릭스’에서 키아누 리브스가총알을 피하는 장면의 패러디, 힙합부터 테크노까지 몸을 열심히 흔들어대는 바닷속 해적들의 모습이 재미있지만, 동작의 연결이 유연하지 못해 어색하다.
날 옛적에’로 시작해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맺는 상투적 형식이 다소 게을러보인다. 이제는 ‘옛날 옛적에’로 시작해도 결국 상식을 뒤집었던‘슈렉’의 아이디어에 익숙해졌기 때문일까.
우리 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 애니메이션의왕국인 디즈니의 브에나비스타 인터내셔널 코리아가 배급을 맡았다. 11일 개봉.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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