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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에이.아이' 인공지능 로봇 "진짜 아들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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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에이.아이' 인공지능 로봇 "진짜 아들이 되고 싶어"

입력
2001.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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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탠리 큐브릭이 제 정신이 아닌 줄 알았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얘기를 영화화할 기회를 나에게 넘기다니.그러나 그는 ‘이건당신 감성에 더 맞는 얘기’라며 나에게 연출을 맡겼다. 그런데 촬영에 들어가 보니 (스탠리 큐브릭) 귀신이 연출을 지도하는것 같았다”(스티븐 스필버그)

“영화 현장에서 스탠리 큐브릭의 숨결이 느껴졌다. 그가 연출을 맡았다면, 아직도 영화는 완성되지 못했을 테지만.” (프로듀서 잔 할란)

괴팍한 영화작가 스탠리 큐브릭(1999년 사망)이 20년을 별러 온 작품, 그것을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을 맡아 더욱 화제가 된 영화 ‘A.I(Artificial Intelligenceㆍ인공지능)’가 10일 국내 개봉한다.

‘A.I’는 고집쟁이 스탠리 큐브릭의 스타일대로 영화 세트장은 물론 줄거리까지 비밀에 부쳐져관심을 더욱 증폭시킨 영화.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먼 미래, 인공지능 로봇을 개발한 사이버트로닉스사직원인 헨리 스웬튼은 불치병에 걸려 냉동 보관된 아들 마틴과 비슷하게 생긴 인공지능 로봇을 시험 케이스로 입양한다.

‘모자관계’로 정보가 입력되면서 데이빗은 모니카(프란시스 오코너)를 사랑하게 되지만, 얼마 후 마틴이살아나면서 슈퍼 토이 테디 베어와 숲속에 버려진다.

사람들에 의해 죽을 고비를 넘긴 데이빗은 살인누명을 쓰게 된 남창 로봇 지골로 조(주드 로)와함께 동화속에서 피노키오를 사람으로 만들어 준 푸른 요정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제발 나를 진짜(사람)으로 만들어주세요.”

‘나는 세상의 유일한 나’라고생각하는 소년 로봇 데이빗이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뿐이다.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은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진짜’로 인정받고 싶어서이다.

그렇게 되면 ‘진짜 아들’ 마틴에게 그러하듯, 엄마는 동화책을 읽어 주고, ‘널 사랑한다’고말할 것이다.

가짜 인간의 진짜 사랑, 그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진짜 사람이 되려 몸부림치는 로봇은 인간과 사랑에대한 존재론적 의문을 던진다.

사람 엄마와 로봇 아들의 관계는 ‘스페이스 오딧세이’ 에서 로봇인 ‘HAL 9000’과함장 보우만보다 한층 더 관계도 단절도 깊다.

그러나 스탠리 큐브릭은 ‘꿈’을허락하지 않는다. 공장에 걸려 있는 수많은 ‘데이빗’(로봇)을 보면서 데이빗은 말한다.

“난 내가 하나 뿐인 줄 알았어요.” 절망한 소년은 깊은 물 속에 몸을 던지지만 ‘미망’에서 깨어나지 못한다. 물속에 잠긴 놀이동산 코니 아일랜드가 신비한 나라가 아니며 피노키오 동화관의 ‘푸른요정’도 가짜임을 알지 못한다.

이런 ‘가짜’ 이미지와 존재감은 ‘고립’으로 귀결된다. 데이비드는 인간과도, 같은 로봇인 테디베어와도 동류 의식을 갖지 못한다.

그래서 진 켈리를 연상케 하는 경쾌한 춤을 추는 지골로의 모습이 ‘오즈의마법사’에서 도로시를 이끌고 이상한 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깡통 로봇을 연상시켜도, 모든 것을 알고있다는 ‘닥터 노우’(목소리 연기 로빈 윌리엄스)가 한번에 답을 못주는인터넷 정보검색을 조롱해도 이 영화는 슬프다. SF판 피노키오의 비극.

심령영화 ‘식스 센스’에서”나는 죽은 그들이 보여요(I can see dead people)”라며 속삭이던 할리 조엘 오스몬드(13)가 이번에는 “진짜가 되고 싶다”라는대사로 자신을 각인시킨다.

스탠리 큐브릭의 그림자가 짙은, 스필버그의 슬픈 동화에 어울리는 적격의 아역 배우다.미국보다 일본에서의 인기가 더 폭발적이다.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맞닿아 있기 때문일까. 상영시간 2시간24분.

■시놉시스는 큐브릭 시나리오.감독은 스필버그

영화 ‘A.I’는 브라이언 알디스의 SF 단편 ‘Super-Toys Last All Summer Long’(1969년)에서 영감을 얻어 스탠리 큐브릭(크레딧에는 이름이 오르지 않는다)이 시놉시스, 스필버그가 시나리오와 감독을 맡았다.

원작은 입양된 로봇 데이빗의 고독과 엄마 모니카의 심리적 갈등이 핵심이다. 오랜정신적 방황 끝에 엄마가 사랑을 느끼는 순간, 남편은 “출산 복권에 당첨돼 우리도 아이를 가질 수 있게 됐다”며기뻐하고.

이어지는 긴 침묵. 소설 속 미래 세계는 일부만 제한지역에서 생활하고, 나머지 인간들은 기아에 허덕이는반지옥을 연상케 한다.

영화에서 미래는 풍요롭고 가정부, 요리사, 유모 로봇이 보급됐다. 백인 극우주의자들은“로봇이 인간의 출산을 막는다”며 그것들을 제거하려 애쓴다.

폐기된 기형 로봇들이쓰레기더미에서 팔이나 턱, 다리를 찾아 대체하는 모습이나 카우보이 축제를 연상케 하는 폐기로봇축제 장면에서 스탠리 큐브릭의 정서가 드러난다.

반면데이비드와 모니카, 존 등의 애틋한 사랑과 우정에서는 ‘E.T’의 정서를 더욱확장한 스필버그의 입김이 느껴진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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