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전쟁 당시 일제에 강제 징병ㆍ징용당한 ‘징용자명부’(본보 7월31일자 1면)에 한국인 희생자들의 ‘조선인 공탁금’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일련번호까지 표시된 사실이 확인됐다.그러나 정부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태평양전쟁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전혀 알리지 않은 채 유가족들이 일본 법원과 민간기업을 상대로 낸 공탁금 반환 청구 소송 움직임을 철저히 외면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조선인 공탁금’은 태평양전쟁 당시일제에 끌려간 조선인들이 일본 정부에 맡겼으나 찾아가지 못한 예금 미불급여, 전몰급여금 등을 가리키는 것으로 현재화폐 가치로 총 10조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평양전쟁 피해자 보상추진협의회(공동대표 이종진)는 1일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한국인 희생자 위패 반환 소송을 추진하면서 ‘징용자 명부’사본을 확인하던 중 합사 여부를 표시한 ‘합사제(合祀濟)’표기 아래 ‘공(公) 42524’식으로 5자리 일련번호가있는 것을 발견, 최근 일본 후생성에 확인한 결과 공탁금 번호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징용자 명부에 공탁금 일련번호 등이 기재된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이미 관련 자료를 정부기록 보존소에 보내 일반에 공개토록 해 일일이 유족들에게 알려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말했다.
그러나 태평양전쟁 희생자 유족회와 피해자 보상추진협의회 등은 “유족들의 위패 반환 및 보상청구 노력은 외면하면서 뒤늦게 정부가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위패 반환을 요구키로 한 것은 이중적인 태도”라며“징용자 명부를 확보하고도 8년간이나 방치한 정부가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정리작업과 함께 완전 공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외교부는 이날 “1993년10월 일본에서 받은 ‘징용자 명부’에 야스쿠니 신사 합사 여부가 기록된 사실은 알고있었다”고 해명했지만 합사된 인원의 정확한 숫자와 명단 등은 8년 동안이나 파악하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고찬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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