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주변에서 안전을 위협하는 최대 흉기는 역시 자동차. 교통사고 발생건수나 사망자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단연 최고라는 것은 더 이상 뉴스도 아니다.무엇보다 한심한 대목은 우리의 교통사고 대부분이 운전자의 안전의식 결여와 주의부족에기인한 ‘후진국형’이라는 점. 도로교통 안전관리 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횡단보도와 인도 주변에서 발생한 보행자 교통사고 비율은 전체의 29.5%로 미국(3.2%), 일본(9.6%)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이에 따른 사망자비율(37.2%)도 미국(12.6%)의 3배. 신호등 지시에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멀쩡히 인도를 걷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피해자가 많다는얘기다.
일본 오사카(67.8%)나 독일 만하임(92.6%)보다 훨씬 낮은 서울 운전자의 횡단보도 정지선 준수율(45.9%)이 그 원인의 일단이다.
어린이 보호를 위한 학교주변 ‘스쿨 존’도 제기능을 전혀 못하고 있다. 과속 자동차와 오토바이 앞에 서행 표지판과 과속방지턱은 무용지물. 학교앞 어린이 교통사고는 95년 786건, 97년 1,317건, 99년 1,477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때문에 교통사고 사망자중 15세 이하 연령층 비율(7%)은 일본(3.5%)의2배나 된다.
보행자들이 마음놓고 다닐만한 인도가 충분치 않은 것도 후진국형 사고의 한 요인.교통안전공단이 지난해 전국 25개 도시 6,173명을 조사한 결과 보행환경 만족도는 평균 42.3점에 불과했고, 특히 서울은 34.8점으로 최하위.
차량위주의 교통체계에다 난립한 인도 입간판과 노점상, 빈번한 공사가 보행자들을 위험으로 내몰고 있는 셈이다.
차를 몰고 나서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 직선로의 과속이나 추월로 인한 교통사고 발생율이 전체의 72.6%로 일본(40.3%)보다 월등히 높고 교차로 통행규정을 위반하는 운전자도 10명중 2.5명이나 돼 일본(0.2명)의12배가 넘는다.
아무리 조심 운전을 해도 사고를 피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다.
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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