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유난히 폭우가 잦다. 직업상 땅과 건물만 쳐다보고 다니다 보니 비만오면 걱정이 태산이다.종종 지방 출장 길에 크고 작은 건물 주변을 지나면서 , 혹은 휴일 서울 근교등산길에 사찰을 지나면서 이제는 평범한 시민도 우리가 밟고 사는 땅과 건물에 대해서 좀더 잘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지은 지 얼마되지 않은 건물의 벽에 금이 가거나 바닥이 꺼지고, 정성 들여 새로 만든 문화 유산들이 옛 것과는 달리 석재로 된 계단에 틈이 생기고 건물 축대에침하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실로 안타깝고 두려운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우리 국토는 비좁기 때문에 개발 가능한 지역은 자연 경사지일 가능성이 많다.따라서 집을 지을 때 건축물의 지반을 절토(切土)하느냐 아니면 성토(盛土)하느냐를 먼저 따지게 된다.
특히 건물의 어느 한 부분이 절토와 성토의 경계지점에 걸쳐 있다면 하자(瑕疵)나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은 훨씬 높아진다.
왜냐하면 절토와 성토지역의 침하량이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부등침하(不等沈下)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상태에서 지어진 건축물들이 많기 때문에 세심하게돌보고 점검하는 습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땅 밑에 버티고 있는 기초 부위에 관심을 기울여야 끄떡없이 장수하고 내구성이 있는 건물이 되는 것이다.
눈에보이는 건물의 외관으로 점검하는 작업도 땅속을 들여다보는 작업 못지
않게 중요하다. 건물이 ‘부상’ 당한 상태로 기진맥진한 모습을 볼 때 마다 치료를 하소연하는 듯한 애처로운 느낌을 갖지만 우리 이웃들은 이를 너무나 무관심하게지나친다. 이는 종국적으로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우리는늘상 주택을 비롯한 건축물의 혜택을 받고 있지만 아파트나 빌딩 등 주변 시설물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일은 거의 없다.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간 곳은 채워주고, 세굴(洗掘)된 곳은 자갈이나 흙으로 메워주고, 잔디도 심어주고, 쉽게 보수가 곤란한 곳은 전문가에게 자문도 구하는 등의성의를 보이는 것이야 말로 자연보호이며 환경친화에 다름 아니다.
문제가 확대된 뒤에 많은 경비를 들이기보다 건물의 보수나 보강작업이 수시화,습관화 되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장마철을 맞아 주변을 살펴보고 점검하는 지혜가 재해를 막는 첫 걸음이며 선진국으로 가는 ‘작은’ 길이 아닌가 싶다.
최삼영 ㈜건화엔지니어링 전무(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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