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개 여부는 행정자치부 소관입니다.”1일 외교통상부 동북아1과의 사무관은 전날과는 달리 단호하게 말했다. 정부기록보존소에 보관중인 징용자명부에 ‘야스쿠니(靖國) 신사의 합사’표기가 돼있는 것을 알고 있느냐고 처음 물었을 때 그는 “모르겠다”고 했다.
기자가 계속 확인을 요구하자 누군가와 이야기하더니 “95년에 이 문제가 제기된 적이 있어 알고 있다”고 얼버무렸다.
그는 이어 “24만명이 넘는 방대한 명단을 주무부서도 아닌외통부가 일일이 확인해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발뺌했다.
이 문제가 불거지자 외통부 아주국장은 “명부는 정부기록보존소 뿐 아니라 국회도서관, 국립도서관에 보관돼있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태평양전쟁 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는 “국회도서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합사 여부를 알 수 없는 사망자명단 뿐이고 정부기록보존소에서 만든 색인도 희생자의 창씨개명된 일본식 이름을 알아야 열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초로 징용자 명부에서 선친의합사 사실을 확인한 이희자(李熙子ㆍ58ㆍ여)씨도 “정부가 알고 있었다면 왜 유족에게 알려주지 않았느냐”며 “그랬더라면 몇년 동안 일본과 정부기록보존소를오가며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고 따져 물었다.
각고의 외교적 노력 끝에 돌려받은 명부를 8년씩 방치하고 유족에게조차 알려주지 않아 위패반환 소송을전적으로 민간 차원에서 준비야 했던 유족들의 원성은 그래서 더 크다.
전화통화 끝머리에 외통부 직원이 푸념처럼 늘어놓은 “다른 일로 바빠 죽겠는데…”라는말처럼 ‘일본문제’를 다루는 정부의 마음가짐이 너무 안일한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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