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1ㆍ4분기에 1,000원짜리 물건을 팔면 190원의 이익을 냈지만, 2ㆍ4분기엔 80원밖에 남기지 못했다. LG전자도 1ㆍ4분기 77원에서 2ㆍ4분기엔 46원으로 감소했다.하이닉스 반도체는 1,000원 어치를 팔아 1ㆍ4분기엔 39원의 이익을 냈지만, 2ㆍ4분기엔 반도체가격 급락으로 아예 229원씩 적자를 기록했다.
속속 발표되고 있는 주요 대기업들의 2ㆍ4분기 경영실적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물건은 많이 팔아도 남는 것이 별로 없는, 급속한 수익구조의 악화다.
적게 팔아도 많이 남기는 것이 실속있는 경영법이지만, 현재 국내 대기업들은 매출은 그럭저럭 유지하면서도 이익이 급격히 쪼그라드는 ‘헛장사’를 하고 있다. 세계경기 침체의 충격을 그저 ‘물량’으로 맞서는 형국이다.
■ 매출액 영업이익률 급감
‘영업이익’이란 이자 환율 유가증권투자 등 영업외적으로 발생한 손익을 뺀, 순전히 장사로만 벌어들인 이익을 뜻한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10%라면 1,000원짜리 물건을 팔아 100원의 이익을 남겼다는 뜻.
환율이 올라서, 금리가 떨어져서, 주식투자를 잘해서, 부동산을 비싸게 팔아서 이익을 남기는 것도 좋지만 기업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본연의 장사를 잘해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경기 침체 속에 2ㆍ4분기 주요 대기업들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대부분 큰 폭으로 감소했다. 국내 1위 기업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장사에서 1ㆍ4분기엔 1,000원 매출시 350원이나 영업이익을 남겼지만, 2ㆍ4분기엔 120원에 그쳤다.
가전제품 장사에선 1,000원 매출시 영업이익이 150원에서 90원으로 감소했고, 디지털 미디어의 경우 고작 10원(1ㆍ4분기 80원)밖에는 이익을 내지 못했다. 정보통신분야 이익이 120원에서 130원으로 늘어난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삼성전기는 1,000원 매출에서 1ㆍ4분기엔 소폭이나마 이익(19원)을 냈지만, 2ㆍ4분기엔 8원씩 밑지는 장사를 했다. 그러나 삼성SDI는 매출액은 줄어도 고부가가치 제품판매 호조로 영업이익은 되레 증가, 1,000원 판매 영업이익이 128원에서 177원으로 수익성 호전을 보였다.
LG전자는 주력인 가전분야에선 154원의 이익(1ㆍ4분기 155원)으로 ‘선방’했다. 그러나 미디어부문에선 35원→21원, 정보통신분야는 65원→41원으로 영업이익이 줄었고, 디바이스(브라운관 등)에선 1,000원 매출때마다 125원씩 적자(1ㆍ4분기엔 70원 흑자)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LG텔레콤은 흑자폭이 전분기 212원에서 146원으로 감소했지만, 이익률 자체는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포철의 경우 1,000원 매출에 대한 영업이익이 12.9%에서 13.4%로 개선됐고, 대우전자도 20원대에서 50원대로 높아지는 등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 외형보다는 내실
을 수익구조 악화에도 불구, 영업손익이나 경상손익 등에서 ‘빨간 줄’이 그어진 업체는 별로 많지 않다.
일본의 소니가 143억엔의 손실을 냈고,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3억100만달러, 모토로라가 2억3,000만달러의 적자를 본 것에 비하면 국내 기업들의 성과는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매출 물량으로만 버티는 국내 기업들의 대응전략은 한계를 노출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매출액 영업이익률의 급감은 경기와 가격 민감도가 그만큼 크다는 증거”라며 “경기탄력성이 크지 않는 고부가가치 제품개발에 주력해야만 불황기에도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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