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맘대로 수배를 해제합니까?”민주당이 민주노총 단병호(段炳浩) 위원장을 8ㆍ15 광복절 수배해제 대상으로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31일 오전 명동성당 앞 ‘뻗치기’ 경찰들의 표정엔 배신감이 가득했다.
“여름휴가 까지 반납하고두 달 넘게 성당 앞을 지키느라 녹초가 된 우리의 노고는 어디서 보상받습니까” “시원한 천막 안에서 하루종일‘신선놀음’이나 하던 그들이 ‘그러면 그렇지’하고 기쁜 표정을 숨기지 않습디다”
“언제는 관할지역 치안보다단 위원장 검거가 더 중요하다고 하더니…경찰관으로서 자괴감 마저 느낍니다” 등 정치권을 원망하는 말들이 쏟아져나왔다.
단 위원장에 대한 경찰의 수배령이 내려진 6월14일 이후 동원된 경찰은하루 500~1,000여명. 무더위, 장마, 졸음, 모기떼 등과 싸우며 노숙자와 다름 없는 생활을 하면서도 “수배자를 잡는 것은 경찰의 소명”이라며 꿋꿋이 버텨왔다.
한 경찰 간부는 “여당 입장에선 노동계의반정부 투쟁이 본격화할까 부담스러운 데다 내년 대선도 생각해야 할테죠”라며 “노-정의 정치적 ‘짜고치기’에경찰만 놀아난 셈입니다”고 씁쓸해 했다.
다른 간부는 “누구든 죄를 짓고 성당안에서 버티며 정부를 압박하면 된다는 또 하나의 나쁜 선례를 남겨 법치 기능을 스스로 무력화 시키는 꼴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당의 단 위원장 수배해제 검토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책성 합리성에서비롯된 것이지만 법치주의의 원칙과 경찰의 사기는 왜 고려하지 않는 것일까.
사회부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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