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금리가 제로를 넘어서 마이너스까지 근접하면서 턱없이 줄어든 이자수입에 한숨만 내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1999년말 142조원, 지난해말 198조원, 올 6월말 200조원 등으로 은행 정기예금 수신액이 오히려 느는 것은 은행 상품 외에 뾰족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저금리 시대에 재테크의 돌파구는 과연 없는 것일까.
▼곤혹스러운 이자생활자
외환 위기 직후 명예퇴직을 하고 퇴직금과 여유자금등을 합쳐 3억원을 은행 정기예금에 넣어 둔 최모(47)씨.
예금금리가 연 20%대를 넘나들던 비정상적인 시기는 제외하더라도 최근까지 지점장 전결금리 등을 포함해 연 8.0%의 금리를 보장받았다. 그리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이자소득세(16.5%)를 제하고 월167만원 가량의 이자를 받아 간신히 생활을 꾸려갈 수 있었던 것.
하지만 8월10일 정기예금 만기가 도래하면서 고심에 빠졌다. 그나마 1년제 정기예금 금리가 연 5.9%에 불과하던 것이 8월부터는 연 5.6%로 떨어진다는 것. 만기일에 다시 재가입을 할 경우 월 이자수입은 117만원에 조금 못미쳐 현재보다 무려 50만원이나 줄어들 형편이다.
물가상승률을 4%만 잡아도 월 100만원씩 현금의 가치가 떨어져 실 이자수입은 월 17만원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최씨는 “아들이 최근 대학에 들어가면서 아내가 파출부까지 나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미리 중도해지하고 0.3%포인트라도 높은 정기예금에 가입하려고 했지만 70만원에 육박하는 중도해지수수료 부담이 더 커 포기했다”고 말했다.
▼돌파구는 있나
재테크 전문가들은 “그래도 틈새는 있다”며 다양한 저금리 재테크 상식을 제시한다. 비과세 및 세금우대 상품 가입, 인터넷뱅킹을 이용한 금리 우대, 주거래제도를 통한 금리 혜택 등이 골자다.
하지만 1%포인트 가량의 금리 인상 효과를 갖는 비과세 상품은 ‘1인 1계좌’로 한정돼있고 세금우대나 인터넷뱅킹 등의 효과는 0.1~0.3%포인트 가량으로 미미한 실정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은행권 상품에 가입해 이자 소득을 올려보겠다는 발상은 이제 버려야 한다. 그저 안전하게 돈을 맡겨둔다는 생각으로 거래를 해야한다”고 말한다. 사실상 은행권 상품을 통한 재테크 돌파구는 없다는 얘기다.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다소 높은 이자나 배당 소득을 올리려면 신용금고, 종금사, 투신사 등의 제2금융권으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
종금사의 3개월 예금은 연 6.3% 정도로 은행 3개월 예금(연 5.3%)보다 1%포인트 가량 높고, 신용금고 1년짜리 정기예금은 은행 예금보다 3%포인트 이상 높은 연 8%대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성에서 크게 떨어지는 만큼 예금보호 대상인 5,000만원까지 분산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
더 공격적으로 돈을 굴리고 싶다면 투신권의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할 만하다. 수시입출식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의 유통수익률은 연 5.5~6%. 은행 보통예금이 2%의 금리밖에 주지 않은 것을 감안할 때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또 투신권 채권형 펀드의 경우 운용성과에 따라최고 연 10% 이상 수익률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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