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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나면 농산물값 '널뛰기'…가격조절기능 실종

입력
2001.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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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는 5톤트럭 1대분 무가 720만원에 거래됐다.평년가격(1996년 1월~2000년 12월) 163만원에 비해 무려 440%나 뛴 금액. 이날을 전후한 열흘간 무값의 등락폭은 100만원에 달했고, 31일에는 웬일인지 580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6월2일 312만원,7월3일 320만7,000원, 7월17일 336만2,000원, 7월23일 348만4,000원….’ 산지 한우 암소(500㎏) 값의 극심한 변동 추이다. 최고값(96년 2월 329만원)도 5년 만에 갈아 치워졌다.

지난해 6월 도매가격이 181만9,000원(상품 5톤트럭 1대)이었던 배추값도 1년 사이에 386만9,000원으로 2배이상 뛰었다.

3년 전 여름에는 값 폭락에 분노한 농민들이 배추밭을 갈아엎는 사태가 빚어졌는가 하면, 그해 겨울에는 김치가 ‘금(金)치’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가격조정 기능이 실종된 채, 농산물 가격이 감당키 힘든 폭으로 춤추는 악순환이수십년간 개선되지 않은 채 반복되고 있다.

기후ㆍ기상과 복잡한 유통구조 등을 들먹이는 농정 당국의 변명도 그대로다. 기본 생필품인 농산물이야말로 최우선적으로 가격안정이 보장돼야 한다는 측면에서, 현재 우리의 상황은 최소한의 국가기능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부 이재선(李在宣ㆍ35ㆍ서울서대문구 홍제동)씨는 “시장에 들를 때마다 엄청나게 달라져 있는 농산물 값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지경”이라며 “1주일에 두배 이상씩 나는 가격차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지난해 해외주재원 생활을 청산하고 귀국한 김모(54·서울 용산구 이촌동)씨는 “미국에서는 10년간 슈퍼마켓의 오렌지값 변화가 센트 단위에 불과했다”며 “배 한알 값이 1년 사이에 1,000원대에서 9,000원까지 널뛰는 상황에서는 가계 계획이 무의미하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불안정한 가격동향으로피해보기는 생산자도 마찬가지. 지난 연말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인 의식구조’ 조사(전국 농민 1,009명 대상)에서 응답자의 20.3%가‘농산물 가격 불안정’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예측이 불가능해 도저히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채소관측팀장 김명환(金明煥) 박사는 “수십년간 방치된 농산물시장에 대해 정부가 본격 개입해야 할 시점”이라며 “장ㆍ단기 수급예측을 통한 재배면적및 사육두수의 치밀한 조정, 물량 수매비축, 대대적인 유통 인프라 구축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장마로 채소값 폭등

가뭄에 이은 집중 호우로 무배추 등 채소류 가격이 치솟고 있어 서민가계에 큰 주름살이 되고 있다.31일 농수산물 유통공사에 따르면 서울 부산 광주 등 5대 광역시의 재래시장가 할인점 등에서 거래되는 배추 한포기(상품기준)값은 평균 2,825원으로 1,479원이던 작년에 비해 두배 가까이 폭등했다.

지난 달까지만해도 1kg에 2,900~3,200원대로 거래되던 상추값도 이달 들어 집중호우에 따른 출하량 감소로 5,000원대까지 올랐다. 이와 함께 시금치 호박 풋고추 토마토 등 대부분의 채소류 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다.

김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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