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다자간 무역질서를 만들어내기 위한 협상에 전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이대로라면 11월 열릴 세계무역기구(WTO) 제 4차 각료회담은 ‘뉴라운드’ 의 출범이 아니라 실패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선진국들은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에이어 케네디, 도쿄(東京), 우루과이라운드까지 꾸준히 경제장벽을 낮추는 데 성공했지만, 이번 만큼은 개발도상 및 저개발국과의 이견, 보호주의의역풍에 가로막혀 꼼짝을 못하고 있다.
1994년 출범 이후 ‘뉴라운드’라는 간판만 내걸고 새로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WTO에 대한 무용론마저 일고 있는 실정이다.
마이크 무어 WTO 사무총장은 30일 제네바에서 이틀 일정으로 열린 WTO 회원국회의에서 “11월 카타르 도하의 각료회담이 의제 상정도 못한 1999년 시애틀 회담의 전철을 밟을 경우무역 협상장으로서 WTO의 가치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세계적인경기 둔화와 개도국의 주변 지역화를 해결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뉴라운드 출범”이라고 호소했다.
각료 회담을 위한 원만한 준비는 이미 물건너간 상태다. 지난 달 말까지 협상의제의 윤곽을 담은 보고서를 만들기로 한 계획은 의견 충돌로 무산됐다.
WTO는 이달중 분야별로 이해 차이를 좁히는 작업을 벌인 뒤 9월WTO 대사들의 사전 회의를 거쳐 11월 9~13일 각료회담에 들어간다는 시간표를 짰다.
하지만 WTO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일반이사회 스튜어트하빈슨 의장이 이날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장애 요인이 하나둘이아니다. 이견의 골간은 선진국-개발도상국-저개발국 간 입장차다.
우루과이라운드에서 매듭 짓지 못해 당연 의제로 포함될 농업과 서비스 분야의 견해차이는 특히 심하다. 농산물 주요 수출국인 호주, 아르헨티나 등 이른바 ‘케언스’그룹은미국과 유럽연합(EU) 각국들이 연간 3,000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농업보조금 지급을 축소하고 농산물 무역장벽을완화하도록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특히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등 남미 국가들은 농업보조금 완전 철폐가 의제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협상에 참여하지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파스칼 라미 유럽연합(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이 “농업문제를 교역의관점에서만 보려 한다면 협상은 없다“고 단언하는 등 미국, EU, 일본 등의 입장도 완강하다.
개발도상국들은 특히 반덤핑 관련 규제 완화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미국 등은 자국산업의 보호를 위해 반덤핑법 규제의 개정에 응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밖에도 EU는 상품 교역에 환경 기준을 포함시키기를 희망하고있지만 개도국을 위시한 다른 나라의 지지를 얻지 못한 상태다.
분야별 이견과는 별도로 최근 커지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경향도 이번 회담의 성패에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EU와 미주자유무역지대(FTAA)로 대표하는 지역 블록화 추세의 강화는 WTO의 입지를 한층 더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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