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편집국에서] 왜 하리수와 정양인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편집국에서] 왜 하리수와 정양인가?

입력
2001.07.31 00:00
0 0

난 개인적으로 이 두 사람에 대한 특별한 취향은 없다. 이 두 사람은 요즘 대중문화의 첨병인 스포츠 신문에 기사로든 사진으로든 가장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다.인터넷에서도 마찬가지다. 7월 중순에 만들어진 두 사람의 홈페이지는 엄청난방문객으로 접속조차 쉽지 않다. 두 사람은 CF, 영화, TV에 이어 가수로도 데뷔를 눈 앞에 두고 있다.

26세와 21세의 하리수와 정양. 정양은 연기자 출신이다. MBC 시트콤 ‘세친구’에서단추가 뜯어지는 36.5인치의 큰 가슴을 강조하는 정 간호사 역이었다.

몸이 대중문화의 키워드로 더욱 위력을 발휘하면서그는 가운을 벗었다. 누드 사진을 찍었고 당당하게 누드 유료사이트를 열었다.

정양에 비해 하리수의 등장은 초고속이었다. 그는 아마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확실하게 뜬 연예인일 것이다.

4월 한 화장품 CF에 ‘새빨간 거짓말’의 주인공으로 목젖을 보이며 커밍아웃(comimg-out)한 그는 이후 토크쇼, 뮤직비디오, 다큐멘터리의 바쁜 주인공이 됐다. 그리고 ‘노랑머리2’ 라는 영화를 찍었다.

왜 하리수와 정양인가?

직설적으로 말해 보자. ‘하리수=그녀는 예뻤다’, ‘정양=쭉쭉빵빵’의등식이다. 하리수가 여자보다 예쁘지 않았다면?

트랜스젠더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없었을 것이고,오히려 혐오스럽다는 반응을 받았을 수 있다. 정양의 가슴이 보통 여자와 같은 크기였다면? 그는 그냥 흔한 연기자 중 한 명으로 머물렀을 것이다.

이들의 인기는 결국 몸에 대한 관심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몸은 이제 확실히개인의 가치를 논하는 데, 개인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데, 그리고 표현의 대상과 양식에 있어 점점 더 중요한 무언가가 돼가고 있는 게 분명하다.

거창하게 말하자면 몸은 더 이상 정신을 담는 생각 없는 용기(容器)로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의미와 욕망을 지닌 능동적인 것으로 보려는 담론이무성한 시대이다. 몸은 발언하고 싶고, 보고 싶고, 더 나아가 보여주고 싶어 한다.

그래서 몸은 ‘권력’을갖기 시작했고 사적 영역에서 사회적ㆍ문화적ㆍ경제적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몸으로서의 존재인 누드와아름다워지려는 욕망인 성형에 대해 점차 관대해져 가고 있다. 물론 관음적 호기심이나 외모우월주의가 깔려있음을 부인할 순 없지만.

두 사람은 이런 시대적 조류를 타고 ‘소비’되고있다. 대중의 기호를 알아차리는 데 영악한 자본주의 시대 연예산업이 이들의 상품성을 그대로 둘 리 없다. 연예기획사는 이들의 이미지를 최대한 포장하고 열심히 마케팅해 ‘베스트 셀러’로 만들었다.

한편 두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연출되었든 진실이든) 당당한 것 같다. 한 사람은성적(性的)으로, 한 사람은 자신의 몸에 대해.

하리수는 “수술하기 전에도 나는 여자였고 수술 후에도 나는 여자다”라며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 당당하게 외치며 나왔다.

정양은 자신의 왕가슴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고 젊은 시절 아름다운 몸을기념으로 남기고 싶어 누드를 찍었다고 말했다. 팬들이 원해 턱을 성형수술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차이가 있다면 정양이 20대 이상의 시각적 기호를 충족시키는 데 비해 하리수는10대의 심리적 지지를 받고 있다.

기성세대의 가치관에 체질적으로 거부감을 갖고 새롭고 기이한 것을 좋아하는 10대들에게 성적 소수자인 하리수는묘한 정서적 동질감을 주는 ‘언니’이자 ‘누나’이다.

하리수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정양을 (가슴을 파는 여자라고) 비방할것인가? 과거의 금기에 대한 관용? 욕망의 간접적 소비?

가치관의 변화? 대중문화는 우리의,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다. 하리수와 정양은 그 솔직한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기봉 문화과학부장 kib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