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설은 ‘나를 찾아가는 길’이다. 줄거리를 따라잡으려 애쓰지 말고, 스스로에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놓으면 된다.” 그럼에도 윤후명(55)씨의 소설은 쉽지 않다.윤씨는 “여러 명의 독자가 한 번 읽는것 보다는 한 명의 독자가 여러 번 읽는 쪽이 좋다”고 말했다.
윤씨의 신작소설집 ‘가장 멀리 있는 나’(문학과지성사 발행)는 ‘외뿔 짐승’과 ‘가장 멀리 있는 나’ 두 개의 연작으로 이뤄졌다.
이 연작은 그러나 처음부터 ‘연작소설’이라는 의도로 지어진 것은 아니다. 각기 다른 제목으로 발표한 작품을 연작으로 엮었다. 윤씨는 그러니까 새 소설에서 작가 뿐만 아니라 편집자의 역할도 맡은셈이다.
신작 소설에서 도윤씨는 오랫동안 계속해온 ‘나 찾기’ 여행을 이어간다. 용문산 기슭과 중국의 동북 3성, 스리랑카의 산간마을, 러시아의 칼미크공화국까지.
그는 가장 멀리 떠나는 기행은 자기 안으로 돌아오는 길과 맞닿았다고 믿는다. 죽은 친구의 연인을 따라 용문산에 오르고 하얼빈에서 선양까지 택시를 타고 달리지만, 충격적인 사건이나 극적 반전은 없다.
윤씨는 ‘이야기’로 읽으면 난처하다고 했다. 작가는 평범한 소설을 따르지 않겠다고 20년 전 결심했다. 그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대신 자아를 탐구하고 언어를 통찰하는 데 공을 들인다.
세상 곳곳을 지나면서 작가는 “전쟁도, 혁명도, 사랑도 지나간 삶에 순수한 외로움이 맺힌” 것을 발견한다.
등산길에 ‘밥벌이가 어렵다고 다 팽개치고 시‘나’ 짓겠다?’고뇌까리다가 ‘나’라는조사의 깊은 함정에 뜨악해진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