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대성 저기압과 열대성저기압이 동시에 한반도를 엄습, 장마전선이 늦게까지 맹위를 떨치는 흔치 않은상황이 벌어지고 있다.중부에 폭우를 퍼부은 중국의 비구름대와 장마전선에 30일부터는 제8호 태풍 ‘도라지’의 영향까지 가세, 우리나라 여름철에 가능한 모든 강수형태가 한꺼 번에 펼쳐지며 전국에 폭우 3중 피해를 몰고 올 전망이다.
이 같은 이상현상은 비정상적인 한반도 주변 기압 배치에서 비롯됐다. 북태평양 고기압은 통상 7월 23,24일께부터 한반도 전역에 영향을 미치지만 올해는 아직까지 일본 남해상에 머물며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반면 대륙고기압의 힘은 예년보다 강한 편이어서 한반도 중부에는 양대 고기압 사이로 병목현상을 빚는 도로 모양의 비구름 이동통로가 형성됐다. 이 통로를 따라 중국 중부의 온대성 저기압 비구름대가 유입되면서 장마전선이 크게 활성화, 29일부터 폭우가 시작됐다.
여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태풍 ‘도라지’까지 가세했다. 크기는 중급이지만 위력은 강한 ‘도라지’의 수증기는 30일부터 제주 남해상에 유입, 위성사진에서도 뚜렷하게 관측되는 거대한 비구름대를 만들고 있다.
‘도라지’의 영향이 본격화하는 것은1일 이후. 31일 중국 남동 해안에 상륙,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막대한 수증기가 저기압 비구름대와 함께 우리나라로 밀려들 것이 확실하다는 것이 기상청의 설명이다.
이 경우 장마전선이 한층 활성화해 22일 장마가 끝났다고 발표됐던 남부에도 내달 1,2일 장맛비가 퍼붓고, 중부에는 또 한차례 집중호우가 예상된다.
안준현기자
dejaavu@hk.co.kr
■ 지역·시간따라 강우량 천차만별
이번 폭우는 지역과 시간에 따라 강우량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큰 특징.
같은 서울 하늘 아래서도 강우량은 극과 극을 달리며 ‘동상이우(同床異雨)’ 현상이 벌어졌다. 은평구48㎜, 강서구 36㎜, 마포구 26㎜ 등 장대비가 쏟아진 30일 오전 5~6시. 중구 성동구 동대문구 금천구 동작구 등은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거나 많아야 1~3㎜의 강우량을 보였다.
반면 오전6~7시에는 동대문구(38㎜) 성동구(35㎜) 동작구(29㎜) 등에 집중호우가 퍼부었고, 한시간 전만에도 폭우가 쏟아졌던 은평구, 마포구, 강서구 등은 3~11㎜의 적은 비만 내렸다.
장마전선이 남북으로 급속하게 이동하면서 시도간 편차도 극심했다. 29일 오전5~6시 서울에 시간당28.5㎜의 비가 올 때 충남 서산은 7.5㎜의 강우량을 기록했지만, 오전 9∼10시에는 서산 72.5㎜ 서울 0.5㎜로 역전됐다.
오후 2∼3시에는 서울에 35.5㎜의 폭우가 쏟아졌지만 서산에는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다.
/안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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