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검찰이 급습한 서울의 한 테크노클럽에선 수백여명의 젊은이들이 야광스틱을 손에 들고 넋이나간 표정으로 미친 듯이 몸을 흔들어댔다. 붉은 색 알약을 삼키고 광란의 몸짓을 하는 ‘환각 테크노파티’의 현장이다.마약을 흡입한 채 댄스를 즐기는 ‘환각 테크노파티’가 국내에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몇 년 전부터서울 시내 일부 대학가에서 은밀히 이뤄졌던 환각파티가 포스터까지 나붙을 정도로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환각파티에 빠진 청소년들은 외국저질문화에 젖어 마약 흡입을 춤과 음악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통과의례’ 정도로 여긴다.
이들의 ‘놀이터’는 홍대 입구 피카소거리, 이태원, 강남역 주변 등의 테크노클럽. 보통200~300명 참석자의 절반 정도가 엑스터시나 해쉬쉬 등 신종 마약을 흡입하고 있으나, 미국 등 외국 유명 DJ가 진행하는 3,000명 규모의대형 파티의 경우 60~70%가 환각 상태에서 춤을 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외국 유명 DJ들은 일본 한국 등을 순회 공연식으로 돌기도 하고 파티 주최 그룹이 초청을 하기도 한다. 검찰 관계자는 “한 청소년은 ‘엑스터시를 투약하고 춤을 추면 피로감이 없어지고 눈앞에 수십개의 무지개가보인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환각 파티는 해외 유학생과 재외교포 등이 마약을 공수해오는 여름방학에 집중적으로 열린다. 일부 유학생은 학비를 벌기위해 엑스터시를 들여와 ‘마약판매 아르바이트’를하다 검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엑스터시의 경우 외국에서는 한 정에 3,000원 정도(국내 6만원)로 싸고 편지봉투 하나에 500정이 들어가는 등반입이 용이해 100정만 갖고 와도 5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다. 최근에는 일부 외국인 불법체류자들도 엑스터시 밀수·판매에 가담하고 있다.
사적 공간에서 은밀하게 파티를 여는 미국과 달리 합법 테크노클럽에서 대규모로, 거의 공개적으로 열리는것이 국내의 특징이다. 파티 시간과 장소 및 DJ이름이 명시된 대형 포스터가 나붙는가 하면 인터넷을 통해서 파티 참가자를 모집한다.
검찰은 이들이 죄의식 없이 환각파티를 여는 행태를 보임에 따라 자칫 외국처럼 사회 전체에 일반화하는것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유럽 전역에서 100만명이 참가하는 독일의 테크노 축제인 ‘러브 퍼레이드’같은 대형 행사가 서울에서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며 “월드컵 때 훌리건 등이 파티에 가담한다면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환각파티' 49명 기소·수배
서울지검 마약수사부(정선태·鄭善泰 부장검사)는 29일 신촌과 이태원 등지의 테크노클럽에서 신종마약을 흡입한 채 ‘환각 테크노파티’를 벌여온 재미동포 김모(29)씨 등 21명을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오모(28·회사원)씨 등 5명을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이란인 H씨 등 23명을수배하는 한편, 엑스터시(일명 ‘도리도리’) 510정과 해쉬쉬 220g, 대마 75g, 흡연기구 등을 증거물로 압수했다.
검찰은 특히 미군, 미군속 및 그자녀 등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대상자 15명을 적발, 미군속 자녀 A군(18)의 신병을 미군으로부터 넘겨받아 구속기소했으며 미군 9명을 추적중이다. 지난 1월 SOFA 개정 이후 기소전 신병인도 대상자가 실제로 구속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적발된 마약 밀매ㆍ투약 사범 중에 주한미군과 유학생, 명문대생, 테크노클럽 DJ, 외국인 영어강사, 회사원 등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7가지 색깔의 알약 형태인 엑스터시는 정신착란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대마를 농축·가공한해쉬쉬는 대마보다 3∼4배의 환각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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