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속에서 급기야 산업생산마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엊그제 통계청이 내놓은 산업동향 자료를 보면 6월중 국내 산업생산은 지난해 동기보다 2.7% 줄었다.전년동기대비 산업생산이 마이너스로 반전하기는 환란의 한복판에 있던 1998년 10월 이래 32개월 만에 처음이다.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생산감소는 환란이나 대불황과 같은 극단의 상황에서 고개를 내미는 악성 지표다. 수출과 투자의 감소현상이 먼저 선행한 데 이어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경기후퇴 징표인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최근까지 우리 경제가 바로 이와 같은 순서를 밟고 있다. 지금 같은 기조라면 이 달의 산업생산도 수축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이 앞선다.
지난달 생산감소는 반도체 불황이 결정적 요인이다. 국내 총 산업생산의 4분의 1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부문이 대내외 수요부진에 따른 생산감퇴로 이어진 결과 산업생산의 평균치가 뚝 떨어졌다. 여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반도체 한 품목의 진퇴에 따라 나라경제 전체가 출렁거리고 있으니, 작금의 경기상황이 더욱 위태로운 것이다.
지금의 세계적인 반도체 불황은 그 끝이 어디인지 조금도 가늠할수 없는 형국이다. 정보통신(IT)분야의 거품이 꺼지면서 나타난 반도체 불황이 국내 여타 산업분야의 발목을 잡아 금융, 실물할 것 없이 전 산업에파급을 주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수출과 투자 위축이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핵심 중추산업에서 생산감소까지 빚어지며 불황의 깊은 골로 빠져들고 있는 게 우리 경제의 현주소다.
그나마 내수가 살아 있다고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그마저 오래 지속될 수가 없다. 부유층의 소비성향은 어차피 일정하게 유지되겠지만 문제는 중산층 이하다. 정부가 여러 경로로이들 계층의 소비 유인책들을 쓰고 있지만 조만간 역부족임이 드러날 것이다.
경제부총리는 어제 “구조조정과경제활성화를 병행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에 앞서 거시경제 전망과목표부터 재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4%대 성장도 공상에 그칠 가능성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우리가 누차 지적한 바 있지만,지금은 국가경제 전반에 비상 사이렌을 울려야 할 때다. 정부의 경기인식과 대처는 물론이고 기업 가계 등 민간 주체들도 바짝 정신을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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