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의 생산성과 효율을 높이기 위한 공공부문 개혁은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개혁 가운데도 가장 실적이 부진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수치로 표시된 실적은 그럴듯 하지만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업무시스템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부처간 인력확충 경쟁마저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29일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정부는 98년 이후 지난 5월말까지 공기업과 산하기관 등의 인력13만1,000명을 감축하고11개 공기업 중 6곳을 민영화했다. 또 외환위기 당시98만명 수준이던 공무원 수를87만명으로 줄이는 한편, 공기업의 퇴직금 누진제를 대부분 폐지했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공무원 사회와 공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다른 입장이다. ‘국민의 정부’가 주장했던 ‘작은 정부’ 이념이 퇴색됐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현재 부(部), 처(處), 청(廳) 등 중앙부처 숫자는 38개로 문민정부와 같으며, ‘작은 정부’를 위해 폐지했던 부총리 제도가 부활되는 등 일시적인 ‘헤쳐 모여’ 가 있었을 뿐이다.
반면 일본은 연초 22개에 달하던 부, 성, 청을 13개로 줄였다.
질적인 공공개혁은 더욱 한심하다. 공무원 사회에 새 바람을 일으킨다며 도입된 ‘개방형 인사제도’는 공무원들이 개방형 직위를 독식, 민간 전문가 임용률이 14%에 불과하다.
정치인이나 퇴임 관료를 공기업 사장으로 내려보내는 ‘낙하산 인사’ 관행이 더욱 공고해지면서 13개 정부투자기관의 역대 사장 중 정치인과 관료출신의 비율도 95%에 달하고 있다. 겉으로는 ‘전자정부’ 구현을 외치지만 간부들의 외면으로 전자결재조차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정보통신 정책을 둘러싼 정보통신부, 산업자원부, 재경부 등의 영역 다툼 등도 여전하다.
최근에는 아예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인력 증원을 요구, 최소한의 개혁의지마저 퇴색할 조짐이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9개 정부부처에서 1,500명의 인력 증원을 요청, 200명을 늘리기로 합의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각 부처에서 2,000여명의 증원 요청이 몰려든 상태다.
조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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