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쿠바의 지도자 피델카스트로 (74)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아바나에서 120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혁명 48주년 기념식을 주최했다. 최근 대중연설중 졸도했던 카스트로의장은 이날 쿠바 인구의 10%가 넘는 군중을 이끌며 4시간 동안 가두행진을 벌여 건강이상설을 일축했다.하지만 MSNBC 등 외신들은 건재한카스트로 보다는 권력2인자인 그의 동생 라울 카스트로(70) 국방부장관에게 조명을 집중했다.
일각에서는 카를로스 라헤 부의장,리카르도 알라르콘 국회의장 등을 대안으로 꼽기도 하지만 이미 대세는 라울의 권력 승계로 굳어지고 있다. 쿠바에 정통한 미국 외교 및 정보기관 관리들도라울이 형의 뒤를 이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카스트로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오랫동안 후계구도를 준비해왔다. 이미 1997년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라울을 자신의 ‘렐레보’(스페인어로 호위부대를 교체한다는 뜻)로 칭한 바 있고, 지난달 말 미 NBC방송 인터뷰에서도 라울이 ‘권력2인자’임을 분명히 했다.
라울은 형의 그늘에 가려 대중적인기를 얻지는 못했지만 혁명 전후 군과 당, 정부를 조직하는데 실질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그는 ‘청년공산주의자연합’을이끌며 카스트로가 가장 신임하는 새세대 선두주자 펠리페 페레스 로케 외무장관을 비롯, 인재 발탁을 책임지기도 했다.
그는 특히 형보다 먼저 마르크스주의에입문했고, 1959년 혁명 후에는 구 바티스타 정권의 관계자들에 대한 처형을 직접 지휘했다. 더욱이
60년대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구 소련과미사일 반입 협정도 직접 주관한 강경론자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그가 집권하더라도 정치, 경제 전 분야에 걸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일반적이다. 하지만 정권을 철저히 장악하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카스트로 이후’ 쿠바를 변화시켜나갈 보다 적절한 인물로 꼽는 외교 소식통들도 있다.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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